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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전시 서문] 이재환 개인전 <내일도 모르는데>

by 문화예술기획 최선영 2025. 5. 4.

 

 
 
이재환 개인전 <내일도 모르는데> 서문
 

내일을 향하는 장면의 등장

 
 
최선영 / 문화예술기획자
 
 
전시를 마치고 다음 전시를 꿈꾸거나 준비한다. 그것이 미술 작가 삶의 대부분일 것 같지만 작가 본인에게 전시는 결과물이 아니라 파생물, 부산물인 경우가 많다. 전시라는 사회적 행위와는 무관하게 세차게 혹은 지루하게 지나가는 삶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오늘을 보내고 내일을 그리고 그러다 과거도 들춰보며 살다가 무언가를 만들 뿐이다. 혹은 남겨진 것, 버리지 못한 것들을 긁어모아 전시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재환 작가의 전시는 주제나 매체 중심으로 해석, 비평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는 2009년 첫 번째 개인전 <폭력분석_나열>에서 버지니아테크 총기 난사 사건을 소재로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고, 이후 10년 가까이 사회적 이슈나 무거운 마음에 집중하기도 했지만, 그사이 그리고 이후에 여러 삶의 변화가 있었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가족이 늘어나고 떠나고, 하루하루가 버겁다가도 가벼워지고, 일반적 성과에 가까워지기도 했다가 멀어지고. 언제나 예상치 못한 존재와 감정이 내일로 다가왔고 그 와중에 표현 행위, 미술 작업, 전시라는 것도 하게 되었다. 무거울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작업 주제는 이제 작품 제목으로 주장하지 않아도 괜찮은 먼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몇 주 전 갑자기 대문 앞에 찾아온 강아지를 이번 전시에서 툭툭 그려낸 것처럼, 불쑥 솟아올라 하루를 채우는 무언가를 향해 몸을 맡기게 되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바람이 내일을 향해 불어온다면 그 방향으로 나가는 수밖에. 단지 그렇게 되는데 작업도 전시도 일부 역할을 했다.
하지만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내일도 모르는 삶의 순간들이었다. 5년 전, 수도권에서 충남으로 이주한 경험도 그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결단이 필요했던 순간이 있었고 끌어안아야 하는 관계가 많아졌는데 그사이 집과 마당과 작업 공간이 넓은 지대가 되었다. 더불어 볼 수 있게 된 것, 애써 들여다보지 않아도 괜찮은 영역이 넓어졌다. 그 과정이 잠시의 장면이 되어 이번 전시로 등장한다. 불과 몇 달 전, 작가도 알 수 없었던 장면으로.
작가가 바람을 맞으며 달린 홍성의 논길, 산길, 바닷길이 오늘의 장면을 채운다. 백월산 정상의 풍경이 그날의 날씨, 시간, 마음에 따라 다르듯, 내일의 장면은 알 수 없다. 단지 서해 바다가 반짝거리며 보이는 날도 반갑고 안갯속에 갇힌 날도 반갑다. 무엇을 만나든 다음 장면을 그릴 수 있게 되었으니. 어떤 날은 ‘정말로’ 파랑새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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