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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글] 매개, 어떤 질문을 선택할까

by 문화예술기획 최선영 2022. 8. 11.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작가지원 매개자 응원 프로젝트 <2022 이음캠프>

자료집 원고

 

 

 

매개, 어떤 질문을 선택할까

 

 

최선영 / 유구리최실장

 

요즘 비슷한 질문을 자주 만나곤 한다. “그래서 발달장애인은 어떻게 시각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는가와 같은. 그런데 그 질문에서 전제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이 예술가가 된상태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을 그리고 있는지 살펴보면 (예술 분야임에도) 다양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발달장애인이 긍정적이거나 익숙한 소재를 꼼꼼하게 그려 전시를 하는 것, 이따끔 작품도 판매하는 것, 그 작품과 관련된 굿즈도 제작하고 판매하는 것 등. 이러한 상태는 물론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매개자는 발달장애인이 시각예술가가 되는 것에 있어서 다른 상도 충분히 상상하고 있는가. 혹은 상상할 의지, 그 의지를 만들 삶의 경험이나 학습의 기회가 충분히 있는가. 발달장애인의 삶과 관련된 일부 선택을 함께 해내야 하는 매개자에게 그동안의 질문을 다시 쪼개어 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여기 네 가지의 문장이 있다. 이에 대한 매개자 각자의 상은 무엇인지 꺼내어 이야기해본다면 어떨까.

 

1. 발달장애인이 예술가가 된다.

2. 발달장애인이 예술을 한다.

3. 발달장애인이 예술을 하며 살아간다.

4. 발달장애인이 예술()적으로 살아간다.

 

 

1. 발달장애인이 예술가가 된다.

하나씩 생각해보자. 최근 정책이 부여한 장애예술이라는 용어 주변에서 매개자는 발달장애인이 예술가가 된다는 것에 대해 현실적 고민을 이어왔다. 공공기관의 장애예술인 실태조사가 이루어졌고 지원정책도 장기적으로 모색되고 있다. 정책이 새로운 이름을 바탕으로 움직이며 예산을 편성한다는 것은 반갑고 중요한 신호다. 사회가 발달장애인이 예술가가 되는 것을 향해 공식적으로 힘을 보태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상에 대해 현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상을 하고 있을까. 위에서 언급한 전시나 작품 판매 등을 포함해서 얼마나 다양한 상을 그리고 있을까. 제도는 그 욕구 혹은 욕망을 향한 지원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 100명 중 90명의 사람이, 발달장애인이 전시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면 제도는 전시지원을 우선 과제로 설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제도를 향해 많은 기대가 쏠릴 것 같은 이 시점에, 두 번째 문장으로 넘어가 보자.

 

2. 발달장애인이 예술을 한다.

누군가 예술가가 되려면 예술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시각예술로 한정하여 말하자면) 누군가 예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전시를 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는 아니다. 누군가가 전시를 하기도 하지만 전시가 (개최자 본인 또는 타인에게) 예술적이지 않을 때도 있고 전시를 하지 않고 있는 어떤 순간이 더욱 예술적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발달장애인이 예술을 하는상태에 대해 매개자는 어떤 구체적인 상을 그릴 수 있을까.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작업 공간에서 관심이 있는 이야기나 소재를 시각적으로 끊임없이 표현하고 있는 상태도 떠오를 것이다. 혹시 그런 상태는 지속되지만 전시는 거의 하지 않는 것도 의미가 있을까’. 좀 더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자면 그것은 어떤 맥락에서 의미가 있을까’.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발달장애인의 자기표현 기회 확대를 위해서? 발달장애인의 문화예술 일자리 마련을 위해서? 혹은 또 다른 무엇을 위해서?

그 맥락이 더욱 솔직하게 정리가 되면 발달장애인이 예술가가 되는 것발달장애인이 예술을 하는 것중 어떤 질문이 현재 매개자에게 더욱 답변하기 수월할지 판단될 것이다.

 

3. 발달장애인이 예술을 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예술에서 좀 더 나아가보자. 발달장애인이 예술도 하며 존재하는순간을 바라보자. 살아간다는 것. 발달장애인이 현재, 한국 사회이자 지역 사회에서 한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 그래서 질문을 다시 하면 발달장애인이 예술을 하며 살아가는상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발달장애인이든 누구든 예술을 한다는 것은 그것하며 살아간다는 의미다. 발달장애인이 그림을 한 점 그린다는 것을 예술한다의 일부로 전제해 보자면, 필요한 재료를 사기 위해 돈을 벌거나 모으는 것, 그 재료를 고를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하는 것,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물리적으로 확보하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 누군가와 소통하는 것 등도 포함된다. 또한 발달장애인이 그림을 그리면서생계에 큰 지장이 없어야 하고 건강한 신체와 (최소한의) 안정적인 삶도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제도적으로는 발달장애인의 기본적 삶의 권리와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논의 및 지원이 분리된 경우가 많다. 장애인의 복지를 주로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 그리고 장애예술을 이야기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각자의 계획을 설계하고 시행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래서 부처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물론 그것은 필요하나 본 글에서의 주요 내용은 아니다) 이러한 정책이 갖는 분리된 관점을 현장에서도 반복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발달장애인이 예술을 하는 것이 살아간다는 것과 더욱 적극적으로 연결되어 논의될 필요가 있다.

 

4. 발달장애인이 예술()적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예술을 하며 살아가는 발달장애인 포함 많은 예술가들의 삶은 그리 풍족하지 못하다. 이것은 최근 진행된 예술인 실태조사 등을 통해 우리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발달장애인이 예술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시대적으로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렇다면 당사자, 매개자, 그리고 사회는 어떤 을 가지고 그 관심을 키우고 있을까. 혹시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의 기본적인 삶이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예술 분야에서라도대안을 찾으려는 것일까. 그렇다면 덜 불안정하기 위한 선택은 더욱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를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칫 더 모호하고 난해한 선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정말 예술이군!”이라는 익숙한 표현 속 예술은 아름다움을 발산하지만 한없이 아득하고 낯선 얼굴의 예술도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땐 누군가 으악, 이런 예술이라니!”라고 놀랄지 모른다.

그렇다면 예술의 다양한 표면을 인정하는 매개자를 향해 질문을 다시 해볼 수 있다. ‘발달장애인이 전시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보다 더 커진 질문으로 말이다. “발달장애인이 예술()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그 답변은 당연히 매개자마다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 답변의 근거는 결국 매개자가 예술()적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달려 있다. 전시와 같은 작품 발표의 기회를 꾸준히 갖는 것을 예술()이라고 보는 사람과 낯선 표현 행위의 지속 자체를 예술()이라고 보는 사람은 분명 다른 답변을 할 것이다. 매개자가 어떤 순간에 예술()적이다라는 해석을 하게 되는지 떠올려본다면 각자의 기준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 이들의 해석은 삶의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데 중요한 것은 자신이 그리는 상이 무엇인지를 솔직하게 마주하는 것이다. 필자 역시 분명한 상이 있다. 최근에는 그것이 다른 매개자의 상과 다르다는 것을 자주 확인하고 있다.

 

필자는 본 캠프에 질문을 이끌거나 다른 표현으로 다시 던지는 역할로 참여한다. 이때 질문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삶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발달장애 예술인의 조건이나 성과보다는 말이다. 매개자가 기대하지 않았던 발달장애인의 반복 행위, 변함없는 침묵, 과한 표현, 그것과 함께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많은 발달장애인의 삶이 매개자의 질문으로도 재구성되기를 바란다.

예술은 예술적 재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자리로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예술()인 자리를 넓게 해석하려는 노력이 그 특별함을 더욱 보편적인 가치로 연결할 수 있다. 인간의 보편적 삶, 인간다운 삶에 대해 질문해온 발달장애인 당사자, 그리고 주변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으며 예술이라는 영역이자 도구도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선영 / 유구리최실장

2007년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개별성 중심의 활동을 기획 및 연구하고 있다. 2018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장애예술인 창작 활성화 프로그램 개발’(공동연구원), 2021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장애인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개발 사업’(전문가), 2022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발달장애인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연구개발’(책임연구원) 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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