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문화재단
공공예술사업 액션리서치
<사회가 불평등하다는데 예술이 뭘 할 수(나) 있나>
기록 영상
1. 나의 질문으로
2. 리서치를 리서치하다
3. 사회가 불평등하다는데 예술이 뭘 할 수(나) 있나
그래서 예술이 더 궁금해졌을까
최선영 / 유구리최실장
예술 관련 사업이 많아졌다고 해서 예술이 많아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책이나 공공기관의 사업 단위에서 예술이 거론되고 활용되고 등장하는 것은 여러 현실적 이유, 혹은 상징적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삶에서 예술도 존재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제도가 공식화함으로써 다수의 인식 안으로 예술을 호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특히 많아진 예술 관련 사업 밖이나 주변에서 예술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까. 그 존재함이 예술에 대한 사업도 상상하게 만들고 작동시키지 않을까. 성북문화재단에서 ‘불평등’을 주제로 공공예술사업을 기획한 배경에도 일상적 예술의 움직임이나 흔적이 있지 않았을까.
이번 공공예술사업의 액션리서치 프로그램 <사회가 불평등하다는데 예술이 뭘 할수(나) 있나>를 공동기획한 나는 그러한 궁금함이 있었다. 더욱 솔직하게는 이 많은 예술 관련 사업, 특히 사회적 주제를 ‘다룬다’고 전제된 사업들 안에서 더욱 희미해진 예술을 부디 만나고 싶었다. 내가 보지 못한 것, 예측할 수 없는 것, 더 보고 싶게 되는 것,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내 삶에도 남겨지는 것, 그것을 만나고 싶었다.
대체 예술이 어디로 갔는지 매일 궁시렁 거리면서도 사실은 나의 살아냄과 누군가의 살아냄 사이에서 예술을 만나고 싶었다. 너무 강력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업에서 불평등을 주제로 던지든, 도시 문제나 정치적 이슈, 혹은 지역 관련 어떤 주제를 제시하든 내가 이렇게 살아보고 있다는 누군가의 현재를 듣고 싶었다. 내 삶의 주변, 혹은 내부가 온통 첨예한 이슈나 문제들로 가득 차 있고 그것을 외면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을 때, 예술가는 무엇을 해보고 있는지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가 예술 분야에서 그동안 어떤 주제를 어떻게 다루어 왔는지에 대한 것과는 다르다. 예술가의 일상적 ‘예술하기’는 더욱 주제화하여 분류 가능한 무엇으로만 존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성북문화재단이 설정한 주제어는 ‘심지어’ 불평등이었는데 이것은 오히려 불평등을 주제로 다뤄온 활동들의 등장만을 전제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불평등이라는 단어를 액션리서치 프로그램에서 길고 긴 말로 다시 풀어서 표현하였다. <사회가 불평등하다는데 예술이 뭘 할수(나) 있나>라고. 불평등이 리서치 참여자에게 확정적 주제로 제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평등하다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라고 묻고 싶기도 했고 ‘그것에 동의를 하든 안 하든 사회가 불평등하다는 게 자꾸 예술가에게 뜨거운 소문처럼 전달되는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나요?’라고 묻고 싶기도 했다. 또한 ‘그래서 당신이 하고 있는 어떤 행위나 작업, 움직임이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는지, 혹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지, 혹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면 그럼에도 왜 하고 있는지’ 힘주어 묻고 싶었다. 예술의 힘을 확인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하고 있는’ 무언가를 일단 만나기라도 하고 싶어서. 그것이 예술인지보다 그러한 흔적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예술이라는 점이 더욱 중요했다.
그래서 액션리서치 프로그램의 소개말은 건조하게 작성되었다. “예술가가 나타나서 마법을 부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언제부턴가 어려운 사회문제들이 예술가를 호명하고 있습니다. 응답을 해야 할지 창작을 해야 할지 싸움을 해야 할지 당신의 생각과 액션이 궁금합니다.”라고.
이후 액션리서치는 참여자 각자의 속도와 질문에 따라 진행되었다. 그리고 나는 참여자들의 개별적 시도보다 그 과정을 함께 하거나 바라본 사람들이 더욱 예술을 궁금해하게 되었을지에 관심이 있다. 저런 행위를 대체 왜 하는지, 저게 불평등과 관련이 있는지 혹은 관련성이라는 것은 예술의 흐름 안에서 어떤 맥락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저 활동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장황한 설명보다 왜 힘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나누고 싶었다. 그때 예술이 조금이라도 더 궁금해지지 않을까. 그 궁금함이 우리로 하여금 삶에서 예술을 호명하게 만들 것이다. 정책이나 사업이 더 먼저, 그리고 자주 예술이라는 말을 끌어 당겨오지 않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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