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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글] 한창 바쁠 때 느리게 나눈 대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역문화예술통합워크숍 “비결정권자들의 결정”

by 문화예술기획 최선영 2023. 5. 6.

문화도시 수원 / ‘수원은 학교포럼 1.

우리는 서로에게 학교가 될 수 있을까_지역 현장을 키우는 지속가능한 방법

발제문

 

한창 바쁠 때 느리게 나눈 대화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역문화예술통합워크숍 “비결정권자들의 결정”

 

 

최선영 / 유구리최실장

 

 

 

작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의 지역협력팀은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별 문화예술교육센터 실무자 30여 명과의 워크숍 비결정권자들의 결정을 기획, 운영하였다. 필자는 본 워크숍에 이끄미역할로 참여했던 입장에서 그 과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본 워크숍은 문화예술교육 관련 실무자들의 폭넓은 대화를 통한 역량 강화 및 연대감 형성을 위해 기획되었다. 특히 사업 관련 결정권이 없는 부서 내 실무자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적극 공유하여 개별화된 질문이 사업이나 기관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공동의 이슈로 확장, 연결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기획 의도는 평소 지역별 담당자들의 고민에 귀 기울였던 진흥원 지역협력팀 실무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렇기에 본 워크숍의 기획 방향이 어느 정도 수립되었을 때 외부 협력자로 결합한 나는 그 이전부터의 준비 과정을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진흥원은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구축을 위해 관계자 워크숍을 진행하였고 여기에서 두드러지게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활동을 기획하였다. 이 워크숍에서는 꿈다락토요문화학교와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사업 등 중심 사업과 지역별 자체 사업의 내용, 그 외 주요 고민을 나누었는데 특히 실무자들은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사항에 고민을 갖고 있었다.

 

 



ㅇ 지방이양에 따른 정확한 사업 이해 필요
- 각 지역별 팀장님을 통한 내용 공유를 받았으나, 내용이 무겁고 어려워 정확한 이해는 되지 않았음
- 현재 지역현장과 상황과 고민을 나누고자 사업 구조 변화에 노력 중이나 실무자 차원에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음
ㅇ 잦은 인사이동 등으로 발생하는 노하우 축적의 어려움
- 업무 전문성을 보유하기 위해 시간이 소요되나, 잦은 인사이동으로 어려움이 있음. 실무자로서 깊은 지식이나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 부족 등으로 어려움이 있으며 실무자 역량강화 등이 필요함
- 센터 및 사업의 연차 축적에 따라 외부적 기대감이 있으나, 실무자로서 지역 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되며, 결국 지원사업만 양성하지 않을까 우려됨

(출처 : 관계자 워크숍 추진결과 보고서, 제공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역협력팀)

 

 

이와 같이 진흥원은 실무자, (본 워크숍의 제목에서처럼) 비결정권자들의 목소리를 취합하여 지역문화예술통합워크숍 비결정권자들의 결정을 기획하였는데 이것은 모임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여기에는 이끄미 4명이 2명씩 짝을 지어 참여하였고 총 4개 모임, 지역별 실무자가 총 30여 명이 참여(1개 모임당 7-8명 참여)하는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필자는 그중 2개 모임에서 이끄미로 참여하였으며 모임별로 한 달에 1, 4회씩 온라인 줌회의를 통해 실무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필자가 진행하지 않은 타 모임의 경우 오프라인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워크숍은 실무자들에게도 낯선 방식이었다. 왜냐하면 특정 사업에 대한 기획 아이디어를 나누거나 실무 능력 강화를 목적화하는 활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본 워크숍에서 실무자는 사업 담당자로만 위치되지 않고 문화예술교육실천가 또는 활동가 개인으로 호명되었다. 그리고 그 입장에서 문화예술교육 관련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거나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다. 이러한 시간을 위해 모임 안내문은 다음과 같이 작성, 배포되었다.

 



비결정권자들의 결정


사업계획서에 들어갈 말들을 여러 회의와 자료를 통해 우리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당신은 문화나 예술에 대해 어떤 혼잣말을 하고 계신가요?
조금 거칠거나 사소하거나 투박하거나 정리가 덜 된 말이라도 괜찮습니다.


하나의 사업에서 요구되는 문화적, 사회적 가치들이 다양합니다.
가끔은 너무 많기도 합니다.
그 가치들을 접하거나 사업화하면서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혹은 어떤 질문을 하고 계신가요?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모집대상 : 다른 지역센터 실문자들과 문화예술교육을 대놓고 헤매고 싶은 실무자
지원자격 : 즐거운 삶과 일을 위한 새로운 활동을 꿈꾸며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실무자
모임방법 : 모임별 1명의 멘토(이끄미)5-6명의 실무자로 구성. 방식은 추후 결정. 가급적 월 1회 이상 대면 모임 예정. 연말 연말공유회 예정

 

 

그리고 실무자가 바쁜 시기 임에도 본 워크숍에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끄미들이 센터의 결정권자인 팀장에게 편지글을 전달하였다. 이것은 의무 교육 같은 워크숍에 담당 직원이 참여해야 하니 확인을 해달라는 메시지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한 명의 문화예술교육실천가가 업무로부터 거리를 두고 자기 질문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응원과 배려를 해달라는 메시지였다.

그렇게 모임은 시작되었는데 필자는 본인이 이끄미로 참여한 모임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워크숍의 내용은 평소 문화재단의 구조적, 환경적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원대로 님(함께 이끄미 역할을 함)과 공동 기획하였다. 모임에 대한 소개글과 전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모임명 : 일로 만난 동료
모임 주제 : 나의 전문성도 순환보직 따라 흘러가버릴까


많은 사업이 문화와 예술과 시민에 대한 멋진 만들로 시작되지만
그 내용을 하나씩 뜯어보면 나에게도 낯선 질문들이 생겨납니다.
하지만 누구에게 무엇부터 물어봐야 할지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그때는 이 분야 전문가를 섭외하여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조업을 듣고 싶기도 하고
그 말들에 의지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나의 전문성도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고 싶고
그 노력에 대한 인정과 응원도 받고 싶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전문성을 쌓아도 나는 내년에 다른 부서로 갈지 모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데
솔직히 이건 나만의 고민은 아닐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밀려옵니다.
그 예감을 믿으며 서로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만나봅니다.

모임 내용
1회차 나도 모르던 추진계획안 뜯어서 다시 쓰기
2회차 이번 사업을 자문하고 컨설팅할 전문가를 찾는 방법 나누기
3회차 나도 모르던 전문가 특강
4회차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대한 대화 및 모임에 대한 소회 나누기
 
 

모임에서는 먼저 각자의 사업 추진계획안 중 모르거나 고민이 되는 말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보통 그럴 때 의지했던 외부 전문가를 어떤 방식으로 찾는지, 그리고 누가 전문가라고 생각하는지 대화를 나누었다. 그 후 실무자들에게 전문가의 특강을 들어볼 것이라고 안내하였으나 실제로는 실무자 본인이 기획에 대해서 강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실무자 본인이 그 누구보다 전문가일 수 있으며 그 전문성은 개인이 품은 질문이나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공유하였다. 이러한 흐름 안에서 결국 실무자들은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대한 개인적 경험과 기억을 자주 언급하였고 그것이 각자의 관점을 구성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마지막 모임에서는 현장에 대한 대화와 전체적인 참여 소감을 나누었다.

본 모임이자 워크숍은 연말에 통합공유회를 통해 마무리되었고 진흥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외부에 공유되었다. (아래는 그중 필자가 참여한 이야기방 영상 타이틀이며 그 외 공유회 영상도 진흥원 채널에서 확인 가능하다.)

 

 

 

*통합공유회 영상 중 내가 하는 이 사업,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https://youtu.be/X40774gJPnU

 

 

 

필자는 처음에 본 워크숍을 함께 기획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흐름이 갖는 광범위하고 열린 대화가 실무자들에게 의미 있게 전달되기를 기대했다. 물론 그러한 피드백도 추후 받을 수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결국 너무나 바쁜 실무자의 업무 환경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지역 센터마다 급한 사안들이 넘쳐나고 코로나로 인한 이슈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실무자들은 의무 교육 참여자의 모드로 줌회의에 들어오거나 업무를 이어가며 대화에 참여하곤 했다. 또한 한창 바쁜 가을이 되면서 모임에 갑작스럽게 불참하게 되는 실무자도 늘어났는데 그런 시기에 깊이 있는 대화를 해보자고 제안하는 것 자체가 무리는 아니었을지 나 역시 생각이 많아졌다. 그러나 실무자가 처한 환경과 구조를 이유로 개별화된 고민을 업무의 뒤편으로 밀어두게 되면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내용적 논의는 주로 누구의 몫으로 남겨지게 될까 고민이 되었다.

그럼에도 위 모임의 의미를 언급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사람을 업무 수행자로만 인식하지 않고 고민하며 살아가는 개인으로 호명하는 자리를 공식화하였다. 그래서 본 모임에서는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당신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무엇이 기억에 남는지, 어떤 어려움이나 질문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묻고 대화하였다. 또한 모임 이후 실무자가 얼마나 업무 수행력을 강화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자기 질문을 발견, 구체화하였는지를 상호 공유하였다.

두 번째, 기관의 성과나 보유 역량을 확인하기보다는 개인의 사소하거나 일상적인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나누었다. 이미 설계된 문화정책의 언어들로부터 시작되어 기관과 현장에 전달되는 동시대 가치들은 실무자들에게 광범위하고 모호한 과업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나도 모르던 추진계획안 뜯어서 다시 쓰기대화 시간에 많은 실무자들은 대체 지역특성화’, ‘네트워크’, ‘역량 강화’, ‘모니터링등이 뭔지 모르겠다 혹은 질문이 많아지는데 편히 물어볼 곳이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사업과 제도 안에서 공동의 목표로 설정되었던 가치나 방식들에 대해 사실은 잘 모르겠다는 솔직한 대화를 나눈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간이 전제되어야 왜 어떤 부분을 모르는지 그래서 무엇을 더 알고자 하는지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어렵거나 난해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꺼내보는 시간은 각자의 관점을 되짚어보는 것으로 의미가 있었다.

세 번째, 개개인의 경험과 실험들이 상호 학습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끄미가 다양한 현장 경험을 꺼내어 구체적 질문을 하거나 의견을 말하기는 했으나 실무자만이 할 수 있는 실험, 실천의 영역은 분명히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도 해봤다’, ‘나도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현재는 이렇게 해보고 있다는 것을 공유하는 과정은 노하우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관점 및 태도를 배우는 것으로 중요했다. 특히 자신이 속한 부서에서 상사에게 너무 기초적인 질문을 하기가 망설여지는 실무자들이 종종 있었는데 이 모임에서는 다른 기관의 경력자에게 터놓고 고민을 말하고 답변을 들을 수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부족하지만 노력하고 있는 태도 자체로 각자의 활동 동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모임은 어떤 면에서 효율성과 거리가 있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한창 바쁜 시기에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질문을 나누고 사업과 무관한 논의도 해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노력하고 있는 본인을 발견하는 것은 실무자가 스스로 태도와 활동 동력을 찾는 것으로 의미가 있었다. 물론 이것은 모든 실무자에게 해당되지는 않았다. 당장의 업무에 더 매진해야 했던 실무자도 많았고 개인의 질문을 본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꺼내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실무자에게 어떤 태도가 필요한지, 그것을 위해 본인이 얼마나 자발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은 중요했다. 단순히 문화를 사업적으로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무언가를 해보는 사람이 이 분야에서는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의미들이 지속되거나 확산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조건들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이 어려운 문화재단의 업무 분위기 및 환경, 조직문화 등이 진흥원과 나에게 질긴 고민으로 남았다. 우리는 바쁜 시기든 안 바쁜 시기든 질문을 스스로 할 수 있을까. 개인이 그 질문하기의 시간을 자발적으로 확보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접근이 아닐까. 또한 결정권이 거의 없는 사람들에게 문화예술에 대한 내용적 논의를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럼에도 나는 그 미련한 질문과 대화가 지속되는 자리가 계속 확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발언하거나 결정할 수는 없으나 언제든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열려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실무자, 비결정권자 등으로 표현되는 결국 사람이 그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공식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각자는 그런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어떤 신호와 장치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그 과정이 바로 문화적인경험으로 실무자와 현장에 남겨질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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