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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기획, 글] 네모 밖이 궁금해

by 문화예술기획 최선영 2024. 2. 17.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23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개발 사업
<네모 밖이 궁금해> 중 장애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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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밖이 궁금해

2023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개발 사업 (장애인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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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밖은 아무도 모르니까

 
최선영 / 장애 분야 총괄PM, 문화예술기획자
 
네모를 통한 콘텐츠의 확산
궁금한 것이 생길 때면 사람들은 주로 네모난 모니터나 휴대폰 화면을 켜고 바로 검색을 시도한다. 그 안에 적당한 분량으로 정리된 정보나 감상이 많이 들어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전보다 더 넓은 범위의 이야기가 그 네모난 세상 속에 등장한다. 그 내용을 여기저기 공유하기도 수월하다. 그 편리함과 파급력은 생활 전반에 익숙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내용을 전달하는 입장에서는 그 의도를 공식적으로 보여주며 기록도 남길 수 있어 웹상에서의 콘텐츠 생산자도 급속도로 늘었다. 이러한 흐름과 코로나19 이후 팬데믹 상황 등으로 인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비대면 콘텐츠 개발 사업이 확대되었다. 사람 간 대면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통이나 창작의 장소로 웹상의 공간이 적극 검토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 대상의 문화예술교육도 비대면 콘텐츠를 중심으로 모색되곤 했는데 그것은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콘텐츠를 제공, 보급할 수 있다는 관점 때문이었다.
 
네모 없이 사람을 마주하려 했지만
하지만 진흥원의 2022 장애인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활성화 지원사업 <2022 만날 사람은 만난다>의 마무리 단계에서는 ‘결국 소규모 형태로라도 만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해당 사업에서는 다수가 한 공간에서 한꺼번에 만나지 않는 상황, 1:1 형태의 워크숍, 서너 명이 함께 하는 그룹형 활동 등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었으며 사업에 참여했던 예술가들은 온라인 회의 기반의 만남이나 영상 콘텐츠 보급 중심의 활동 외에도 다양한 형태를 모색하였다. 특히 장애인이 온라인 매체에 접근하거나 관련 내용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 등을 고려해 비대면 방식의 확대보다는 소규모 대면, 매개자와의 소통 등이 우선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네모 밖이 궁금해>는 콘텐츠의 보급과 확산을 고려하여 온라인 콘텐츠를 중심으로 ‘비대면’에 초점을 두고 설계되었다. 장애인의 개별적 조건이 논의되기는 했으나 온라인 콘텐츠가 가진 파급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장애인의 콘텐츠 접근과 활용에 초점을 두게 되었다. 즉, 본 사업이 가진 기획적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장애인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활성화 지원사업 <2022 만날 사람은 만난다> 성과 자료집
2022 만날 사람은 만난다 (notion.site)

 
그럼에도 사람에 집중한다면
그렇기에 이번 사업의 대상을 장애인 전반으로 설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온라인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사람, 관련 장비를 다루기 어려운 사람, 시각 및 청각 중심의 콘텐츠를 충분히 경험하기 어려운 사람 등은 콘텐츠에의 접근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에 대해 본 사업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초반에 논의를 진행하였고 모든 사람이 참여 가능한 콘텐츠라는 막연한 관점 대신 보다 명확한 대상 범위를 설정하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오히려 시각적, 청각적 요소를 바탕으로 낯선 경험을 하고자 하는 ‘개인’을 사업 대상으로 설정하였다. (이것은 장애인을 장애 유형 중심으로만 구분하여 대상군으로 설정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장애 유형과 무관하게 한 개인이 갖게 되는 욕구나 관심사는 매우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장애인은 시설이나 기관의 이용자, 보조가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지만 본 사업에서는 ‘문화예술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개인’으로 전제되기도 했다. 즉, 장애인을 복지관이나 보호시설 등에서 매개자에게 콘텐츠를 제공받는 사람으로만 전제하지 않고 개인 공간에서 스스로 콘텐츠를 선택, 접근하려는 사람으로 바라보고자 하였다.
 
개인을 향해 말을 거는 콘텐츠
그러나 이러한 관점이 현실에서는 작동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온라인 콘텐츠를 접하고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장애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본 사업이 다수의 장애인을 전제하기 어렵다는 한계 안에 있지만 오히려 그 상황 안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장애인을 콘텐츠를 제공받는 수혜자가 아닌 선택, 참여, 활용할 수 있는 ‘한 사람’으로 바라보고자 한 것이다. 즉, 완결된 콘텐츠을 보급 받는 수동적인 대상으로만 장애인을 위치시키지 않고 반응적 참여가 가능한 콘텐츠를 기획하여 장애인이 능동적 존재로 콘텐츠를 접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본 사업의 기획 단계에서는 특히 장애인 개개인의 선택, 상상, 자기표현의 범위를 넓히는 것을 고려하였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웹 인터렉션 콘텐츠의 비중을 높여 장애인의 참여나 반응에 따라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 영상 콘텐츠의 경우도 장애인의 개별 해석이 폭넓게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예술가별 콘텐츠를 살펴보면, 전지 작가와 이재환 작가의 경우 일상적 소재를 모티브로 웹에서 새로운 시도나 경험(휴대폰 사용하기, 산책하기 등)을 할 수 있도록 하였고 ‘므브프’의 경우 소리와 이미지, 문자 요소 등을 웹상에서 연결해 보는 인터렉션 작업을 하였다. ‘프로젝트 곳곳’은 신체나 사물, 자연 요소의 세밀하고 반복적인 움직임을 들여다보고 놀이하듯 따라 할 수 있게 하였고 창작그룹 ‘밝은방’은 장애 창작자가 콘텐츠의 중심 인물로 등장하여 평소 생활 속 창작 행위를 보여주었다.
 
네모 밖, 각자의 해석과 의지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들은 모두 몇 가지의 방법 제시 및 학습이 아닌 콘텐츠의 다양한 활용 및 해석을 목적으로 두었다. 이에 따라 콘텐츠를 접한 후 장애인이 무엇을 할 수 있게 되는 상태보다 ‘무엇을 하고 싶게 되는 상태’에 집중하고자 하였다. 이때 장애인은 자신의 욕구나 관심사에 따라 무언가를 선택하며 모니터 밖 일상으로 문화적, 예술적 요소를 연결하려는 존재로 전제된다. 그렇기에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활용되는 다양한 방식, 범위가 중요하고 그것이 이 사업의 성과도 될 수 있다.
이러한 장애인의 능동성, 개별성을 강조하는 사업적 취지는 <네모 밖이 궁금해>라는 사업명에서도 드러난다. 결국 네모난 화면 밖에서 장애인이 어떤 감상, 반응, 시도, 상상을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교육 대상의 개별화된 참여를 통해 예술적 의미를 획득하는 문화예술교육의 특성과도 연결된다.
 
사람의, 모르는 영역을 향한 질문
문화예술교육 관련 온라인에서 최소한으로 확정되어 제시되는 콘텐츠를 ‘네모’로 표현해 보자면, 오프라인에서도 비슷한 의미나 역할을 하는 ‘네모’가 존재한다. 주로 교육 대상에 따라 그 ‘네모’에 들어가는 내용, 그것의 차별성만이 중요하게 다뤄지곤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주변과 밖의 상황을 들여다보려는 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꽉찬 ‘네모’가 메아리 없는 공터를 향해 보급,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네모 밖이 궁금해>는 현장의 반응을 살피는 다음 스탭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를 접한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움직임을 보였는지, 어떤 질문을 했는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등을 궁금해할 필요가 있다. 보급되기 좋은 형태의 콘텐츠가 제작될수록 그것을 만든 이가 모르는 주변의 영역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 근처 수많은 ‘네모’들 근처에서 이 사업도 작은 질문 던지기를 시도한 것이지만 그 질문이 끊임없이 다양한 ‘사람들’로 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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