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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연구] 천안문화재단 발달장애인 예술교육 프로그램 <미소 창작소>

by 문화예술기획 최선영 2023. 12. 19.

천안문화재단
발달장애인 예술교육 프로그램 <미소 창작소> 과정 연구
 

 

사업 세부안내
[2023-95호] 2023 지역 장애예술 특성화 지원사업 <미소창작소> 교육생 모집 공고 > 지원사업 | 천안문화재단 (cfac.or.kr)

[2023-95호] 2023 지역 장애예술 특성화 지원사업 <미소창작소> 교육생 모집 공고 > 지원사업 | 천안

메뉴담당자 담당부서사업담당부서 연락처- 최종수정일2012-12-14

cfac.or.kr

 

 
(결과자료집 원고)

사람을 향하면 계획도 수정될 수 있다

 

연구원 최선영 / 문화예술기획자, 예술교육연구자

 
 
1. 사전 연구 : 욕구, 탐색, 표현, 놀이
 
1) 장르 중심에서 직관적 표현 요소 중심으로
본 프로그램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으며 2022년 충남문화관광재단 ‘발달장애 예술교육 프로그램 모델개발 연구’의 결과를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해당 연구는 음악, 국악, 연극, 무용 등 총 4개 장르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천안문화재단은 그중 음악 프로그램의 내용을 바탕으로 2023년 <미소 창작소>를 기획, 운영하였다. 필자는 음악 프로그램 <소리 놀이터>를 개발했던 책임 연구원이었으며 <미소 창작소> 프로그램에서 사전 연구 내용을 공유하며 올해 프로그램의 흐름을 현장 중심으로 다시 연구하였다.
사전 연구는 장르 중심으로 설계되었으나 예술 관련 표현 활동을 장르 중심으로 개념화하는 것은 발달장애인 입장에서 재검토될 필요가 있었다. 예술에서의 장르는 비장애인이 구축하거나 사용해 온 미학 언어 및 예술사 안에서 주로 등장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또한 발달장애인은 자신의 표현 행위를 특정 장르로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음악 장르 역시 악기를 연주한다, 리듬을 맞춘다, 노래를 부른다. 화음을 넣는다, 공연을 한다 등의 일반적 활동보다 발달장애인의 욕구나 표현 행위를 중심으로 세분화하여 다시 연구하였다. 특히 발달장애인은 자신이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 느끼는 것 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것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거나 표현한다. 이에 따라 해당 연구에서는 예술 분야에서 작동하고 있는 기존 개념을 해체하고 발달장애인 입장에서 표현 자체에 다시 집중하고자 하였다.
 
2) 작은 단위의 소리를 탐색하며 놀기
사전 연구에서는 음악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작은 단위의 요소로부터 질문을 시작했다. 어떤 멜로디가 있는 노래, 그것의 연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멜로디의 한 음을 구성하는 소리, 소리의 다양한 요소 자체에 집중하였다. 발달장애인이 특히 미세한 요소에 반응하거나 그것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가능성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리를 발생시키거나 소리를 구성하는 요소’, 즉 청각적 요소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예를 들면 일상 물건에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 소리와 관련된 표현 활동은 무엇이 있을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비언어적이고 직관적인 요소를 탐색해 볼 수 있을지 등을 중심으로 세부 내용을 연구했다. 그래서 음악을 연주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악기가 아닌 소리를 내는 주변 사물로부터 탐색하는 활동을 먼저 고려했다.
그리고 결과물을 만들거나 발표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탐색하고 표현하는 과정 자체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놀이의 형태를 연구했다. 발달장애인이 여러 행위를 하며 활동에 참여하는 과정 자체가 즐기거나 노는 경험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이러한 경험하기나 표현하기 과정의 연속이기에 놀이의 방식으로 진행 가능한 프로그램의 형태를 연구하였다.
 
3) 놀잇감 개발 등 구체적 사례 제시
사전 연구에서는 기존에 있던 재료나 도구, 악기를 중심으로 그것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을 지양하고 새로운 놀잇감을 개발, 제시하였다. 비장애인 중심적 사고에서 전제되어 있던 도구를 활용할 경우 그것을 통한 활동의 방식도 일반화되어 발달장애인에게 제공 및 보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의 의도와 맥락이 드러날 수 있는 놀잇감, 즉 소리를 탐색하며 표현을 시도할 수 있는 재료를 새롭게 개발 및 제작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몇 가지의 놀잇감이 여러 현장에 만능 요소로 제시되거나 보급될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동안 없던 탐색 및 놀이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놀잇감이라는 매개체를 제작한 것이었다.
 
 

연구 과정에서 제작, 검토한 놀잇감

 
 
그리고 이 놀잇감 중 일부가 2023년 <미소 창작소>에서 활용되었다. 중요한 것은 현장마다 놀잇감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며 그 활용 범위를 넓혔다는 것이다. 청각적 요소를 탐색할 수 있는 도구로 제시된 이 놀잇감들을 통해 <미소 창작소>에서는 직관적이고 비언어적인 놀이들이 시도되었다.
 
 
2. 운영 방향성 : 프로그램의 보급이 아닌 개별화
 
1) 개별성과 유연성 중심
발달장애인은 개별성의 스펙트럼이 넓으며 각자의 개별성 간 차이도 매우 크다. 단순히 같은 장애 유형 안에 있다고 해서 비슷한 성향, 관심사,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을 적극 반영한 예술교육이 검토되어야 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발달장애인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유연하게 프로그램을 변경,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미소 창작소>가 사전 연구를 통해 기획된 프로그램이었음에도 연구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자 프로그램안을 천안 지역 내에 확산 및 보급하는 데에 중점을 두지 않았다. <미소 창작소>에 참여하게 될 발달장애인의 개별성에 따라 프로그램은 계속 바뀌거나 재검토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사전 연구에서 주요하게 전제했던 맥락은 다음 표와 같이 유지하되 <미소 창작소>에 참여하게 되는 발달장애인의 관심사나 욕구 등을 고려하여 10개 반에서 연구의 세부 내용을 자유롭게 수정, 변경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차시주요 맥락
1차시조형 활동을 통한 탐색, 자연스러운 듣기로 시작하기
2차시사물의 소리 탐색 1 : 적극적 듣기의 시작
3차시사물의 소리 탐색 2 : 적극적 소리 탐색, 듣는 환경의 다양화
4차시놀이 방식으로 소리 탐색하기
5차시
6차시
7차시소리 나는 놀잇감 만들기 : 소리 나는 놀잇감으로 놀아보기
8차시
9차시함께 소리내기
10차시

 
이때 사전 연구의 내용은 강사 대상 사전 워크숍에서 자세히 공유되었고 강사들을 그 내용을 각자의 현장에 맞게 수용하거나 응용하였다.
 
2) 계획에 대한 적극적 수정
장애인 대상 사업이나 프로그램은 주로 ‘장애인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지는 확정된 내용의 확산 및 보급’의 형태를 띈다. 장애인은 사회의 다양한 참여 기회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취약 계층, 또는 복지의 대상으로 전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인은 언제나 부족한 부분을 제공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또한 문화예술과 같이 자기표현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장애인도 보다 주체적인 참여자로 위치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동일한 프로그램을 여러 현장에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마다의 욕구와 가능성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재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새롭게 기획된 프로그램도 참여자의 개별성에 따라 매회 수정될 수 있음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예술교육은 프로그램의 안정적 운영을 핵심 성과로 두는 경향이 있어 확정된 계획안을 바탕으로 촘촘하고 단계적인 운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 발달장애인의 개별화된 움직임이나 반응이, 계획된 내용에서 벗어나는 행위, 또는 틀리거나 이상한 참여 형태로 판단될 수 있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의 개별성이 만들어내는 즉흥성, 불확정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의미나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소 창작소>는 10회차 프로그램의 큰 흐름은 사전 기획을 하되 언제든 그 내용과 방식이 현장마다 바뀔 수 있음을 전제하였다. 오히려 강사들이 계획을 적극적으로 수정하는 것을 지지하였고 이에 따라 발달장애인의 개별성에 집중하는 것이 본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사업 내에서 공식화하였다. 또한 현장에서 관찰된 개별성을 근거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과정 자체를 성과로 의미화하며 연구의 주요 내용으로 설정하였다.
 
3) 시각적 요소과 청각적 요소의 결합
사전 연구의 결과와 <미소 창작소>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이는 내용적인 범위였다. 개별성이나 직관적 요소를 중심으로 놀이를 하는 방식은 동일하였으나 천안 지역에서 발달장애인과 예술 활동을 해온 강사 대부분이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왔기에 시각적 요소와 청각적 요소를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미소 창작소>를 재기획하였다. 또한 발달장애인이 가장 일상적으로 시각적 표현(낙서하기, 색칠하기, 따라 그리기, 재료 배치하기, 입체물 만들기 등)을 많이 한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발달장애인이 익숙하게 접근하여 참여할 수 있는 표현 행위를 적극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시각적 표현 활동을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로만 한정하지 않고 재료의 소리 탐색하기, 소리가 나는 놀잇감 만들어 함께 놀기 등으로 전제하여 더욱 과정 중심의 활동을 기획하였다. 시각적 표현 활동이 작품을 만들거나 결과물을 발표하는 것으로만 흐르지 않도록 더욱 놀이 활동, 과정 중심의 활동을 청각적 요소를 결합하여 시도하였다.
 
 
3. 운영 흐름 : 개별성을 강조하며 반응적으로 운영

 

1) 강사 대상 워크숍 및 사전 회의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서는 사전 연구의 주요 내용을 강사들에게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문서화된 계획안을 강사에게 전달만 하는 것은 놀이 방식의 프로그램 취지를 전달하는 데에 적절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구원이 강사들을 대상으로 놀잇감 공유 워크숍을 진행하며 실제로 어떤 재료나 도구를 시각적 요소와 청각적 요소를 중심으로 탐색할 수 있을지 이야기했다. 또한 온라인 회의를 통해 사전 연구의 핵심 내용과 본 사업에서의 유연하고 반응적인 운영의 필요성을 공유하였다. 강사들은 특히 워크숍을 통해 구체적인 활동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자신에게도 낯선 재료를 탐색하며 놀이의 범위를 넓게 상상하였다.
 
 

강사 대상 놀잇감 공유 워크숍

 
 
2) 사업 설명회 및 전문가 강의
<미소 창작소>는 천안 지역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발달장애인 대상 예술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이에 따라 사업의 취지와 의미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과정이 필요하여 전문가 강의를 포함한 사업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원이 최근 장애인 예술교육 관련 담론과 함께 사전 연구의 내용과 이번 프로그램에서의 주요 사항을 강조하였다. 이것은 과정 및 놀이 중심의 <미소 창작소> 프로그램이 천안 지역에서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음을 고려한 사전 작업이었으며 개별성과 유연성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공식화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했다.
 
3) 소규모 형태로 10개 반 운영
장애인 예술교육은 특히 참여자 수가 적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개별성이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고 그에 따른 현장에서의 변수도 많기 때문이다. 특수교육에서도 한 학급에서 5명 내외의 학생이 교육을 받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소규모 운영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미소 창작소>도 한 반에 5명의 발달장애인과 5명의 보호자(또는 활동지원사)가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고 그보다 많은 인원이 한 반에 배치되지 않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강사도 참여자 개개인에게 집중하며 작은 표현과 탐색을 함께 바라보도록 하였다.
이러한 소규모 운영은 사실상 참여자의 숫자로 성과를 측정하는 예술교육 사업에서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방식이다. 그러나 다수의 참여보다 개별적 반응, 표현의 다양성 등이 발달장애인 예술교육에 있어서 더욱 중요한 성과임을 제도적으로도 되짚어 보아야 한다. 오히려 다수가 참여할 경우 발달장애인이 자기표현의 영역으로 깊게 들어가기 어렵거나 구체적 활동으로부터 소외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4) 중간 모니터링 및 회의
연구원은 프로그램의 중간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현장의 운영 상황을 살피고 강사들과 내부 회의를 진행하였다. 회의에서는 계획 대비 추진 현황을 확인하기 보다 현재 어떤 고민이나 어려움이 있는지, 개별성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에 있어서의 질문은 무엇인지 등을 나누었다.
다음은 회의에서 나온 주요 내용이다. 각 반마다 다른 상황과 개별성이 발견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동일한 프로그램을 여러 반에 보급하는 것이 아닌 개별화된 관찰을 통한 반응적 기획이 중요하다.
 

- 강사 역시 시각적 표현에 주로 집중했었는데 이번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사인펜 소리와 매직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 한 가지만 해야 한다는 전제가 강사에게도 있었는데 여러 가지 요소를 배치하며 활동을 진행 중이다. 한 가지 주제를 하기에 참여자의 집중 시간이 짧은 측면도 있다.
- 일부 참여자는 새로운 재료를 예상보다 낯설어하고 거부하기도 한다.
- 한 참여자가 하나의 소재에만 관심을 가져서 모든 것을 그것과 연결해서 생각하고 표현하곤 했는데 이제는 소리에 다양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 테이프를 이용한 작업에서도 (깔끔한 것을 좋아해서 안 한다고 했던 부모님들의 의견과 다르게)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부모의 생각과 아이들의 반응이 다른 순간도 있다.
- 소리를 듣고 뭔가를 표현하기가 어려운 참여자가 있어 거의 퍼포먼스, 놀이 활동을 하고 있다. 신체 놀이로 연결해서 여러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된다.
- 다양한 활동을 제시해도 어떤 참여자는 그림 그리기 활동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서 고민이 된다.
- 활동적인 참여자는 넓은 공간 전체를 활용하고 덜 활동적인 참여자는 책상에서만 활동한다. 참여자 간 개별성의 차이가 매우 크다.

 
이와 같이 강사마다 각 반에서 서로 다른 질문이나 이슈를 마주하게 되므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강사들의 고민을 공유하며 상호학습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중간 회의에서 이슈별 특별한 해결책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현장마다 여러 어려움이 있고 그것을 나눌 동료가 있음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강사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5) 성과공유회
<미소 창작소>는 과정 중심의 프로그램이었으나 그 과정 자체를 시각화, 성과화하는 장치도 중요했다. 실제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발달장애인과 보호자(또는 활동지원사) 역시 활동의 과정이 갖는 의미를 직관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성과공유회를 통해 그동안의 작업물을 과정적 성과로 보여주고 전시장에서 여러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성과공유회 현장

 
성과공유회에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활동과 참여 자체를 응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결과물을 잘 만들어내는 사람만이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표현 자체가 어우러져 오히려 색다른 재미와 의미를 보여주는 현장을 성과공유회를 통해 외부에 공유할 수 있었다.
 
 
4. 보완 및 개선 사항 : 지속성을 위한 환경 마련
 
1) 지역 내 수요를 고려한 예산 확보
<미소 창작소>에 참여했던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이러한 사업이 천안 지역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것은 현장에서 여러 보호자들의 의견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천안 지역에서 그동안 발달장애인 대상 예술교육이 공공사업 단위에서 시행된 경우가 많지 않아 재단이 직접 운영하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현장에서 더욱 환영을 받았다. 특히 발달장애인 예술교육은 지역 사회 안에서 꾸준하게 운영되어야 참여자의 다층적인 표현과 변화의 지점을 확인할 수 있기에 이러한 지역 내 수요는 당연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본 사업 역시 대부분의 공공사업이 그렇듯 내년도 예산 편성만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운영 구조를 연구, 개선하려는 노력과는 별개로 이러한 현실적 상황이 발달장애인 예술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이다. 결국 지역 내 수요와 다양한 예술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어떤 기관이 의지를 가지고 다음 사업을 지속해 주기만을 바라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2-3년 단위로라도 안정적 운영을 할 수 있는 사업적 토대 마련이 시급하다.
 
2) 접근성을 고려한 도심 내 공간 필요
이번 <미소 창작소>는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있는 공간이 필요하여 여러 개의 반이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공간에서 프로그램 운영을 해야 했다. 이에 따라 발달장애인과 보호자(또는 활동지원사)가 매주 먼 공간까지 오가며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공간의 일상적 접근성 확보는 프로그램 운영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익숙하고 가까운 곳에서 표현 활동을 할 수 있어야 교육에 참여하는 사람도 더욱 적극적이고 자연스럽게 활동 전반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교육이 평소와 다르게 마음을 먹고 어딘가에 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이 되지 않도록 이후 사업에서는 발달장애인의 생활권과 더욱 가까운 곳에 운영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3) 프로그램 운영을 넘어 안정적 토대 마련
이번 사업은 프로그램 운영 중심의 일반적인 예술교육 사업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것은 발달장애인 예술교육이 천안 지역에서 익숙한 방식으로 시작되는 데에 적절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예술교육이 대상 모집을 통한 프로그램 운영 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될 필요가 있다. 특히 1-2시간 단위의 프로그램을 새롭게 섭외된 공간에서 운영하고 사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발달장애인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예술교육의 형태일지는 논의가 필요하다. 기초 문화재단이 시도할 수 있는 기획 사업의 방식을 고려하자면 지역 내 일정한 공간을 예술교육 전용 공간을 확보하고 표현 활동의 안정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발달장애인 포함 장애인이 지역 내 가까운 공간에서 익숙하게 예술교육을 접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환경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매년 어떤 프로그램을 몇 차시로 할 것인가, 그것을 운영할 강사는 어떻게 섭외할 것인가, 어디에서 어떤 규모로 사업을 진행할 것인가 등의 단기적인 계획 수립만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계획은 축적된 질문을 토대로 지역 내 예술교육의 담론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사업 기획과 운영, 성과 정리로만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장애인 예술교육은 일상 안에서 가깝고 자연스럽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당사자 중심의 사업 설계를 장기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영상
발달장애인 예술교육 프로그램 #미소창작소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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