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립미술관
가족체험 주제전
놀이가 예술이 될 때

2025.7.1.-8.17.
천안시립미술관
(충남 천안시 동남구 성남면 종합휴양지로 185)
참여작가 : 구은정, 이려진, 이재환, 조동광
협력기획 : 최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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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uugoorichoi.tistory.com/113
[협력기획] 가족체험 주제전 <놀이가 예술이 될 때>
천안시립미술관가족체험 주제전 놀이가 예술이 될 때> 2025.7.1.-8.17.10:00-18:00 월요일 휴관천안시립미술관(충남 천안시 동남구 성남면 종합휴양지로 185) 참여작가 : 구은정, 이려진, 이재환, 조동광
uugoorichoi.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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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기획자의 글
사람을 관찰하다가 예술을 질문하다
최선영 / 문화예술기획자
13년 전쯤, 기저귀를 찬 아들을 데리고 시각예술가인 남편의 미술관 작품 설치 현장을 따라간 적이 있다. 나 역시 미대를 졸업하고 창작과 기획 활동을 조금씩 하고 있었지만 육아 때문에 활동 범위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고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문화시설이 많지 않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남편을 따라 미술관이 공식적으로 오픈되지 않은 설치 기간에 전시장에 가게 된 것인데 아이와 놀면서 공간에 머물러야 해서 한쪽에 돗자리를 펴고 놀게 되었다. 나는 돗자리 위에서 예술이 뭔지 알 길이 없는 아이와 마주 앉아 딸랑이를 흔들며 웃고 있었다. 나도 남편처럼 ‘작가’로 초대되어 고요히 작품을 설치하고 싶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순간이 그저 좋기도 했다. 집보다 훨씬 넓은 전시장, 아이의 웃음 소리가 구석구석 울리는 높은 천장, 무언가를 그리고 싶은 넓은 벽 등 나의 마음과 감각을 자극하는 여러 요소가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이 이번 전시를 기획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단지 전시장에서 돗자리를 깔고 논다는 아이디어적 요소가 아니가 예술과 삶의 연결 가능성, 그것을 통해 다시 질문하게 되는 예술의 범위가 전시의 기획 의도로 중요했다.
누군가의 삶에서 놀이도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동네 문화시설에서 놀이 관련 프로그램이나 행사가 자주 열려야 할까. 공식화된 문화 공간에서 어떤 콘텐츠가 실행되든 결국 개별적 삶에서 놀이가 예술로도 인식되고 응원받는 경험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내가 아이와 미술관에서 돗자리를 깔고 ‘놀았던 경험’을 이번 전시에서 ‘예술의 맥락’으로 해석, 연결하려 했듯이 그러한 관점이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의 노는 행위가 갖는 예술적 의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것이 가장 어렵다. 보통 노는 행위는 쓸모나 성과와는 거리가 멀고, 그래서 위험하거나 과하거나 불필요한 행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아이의 놀이가 두뇌 발달, 창의력 증진, 협동심 강화 등의 목적으로 설명되지 않을 때 그것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고 함께 할 어른은 많지 않다. 또한 어른의 일상적 놀이는 시도조차 되기 어렵다. 작은 구슬을 굴리고 빛의 움직임을 쫓고 종이 가득 낙서를 하는 어른을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기에 사람의 노는 행위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지지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관점에 대해 다시 질문하고자 했다.




예술에서는 다양한 욕구와 표현이 중요하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인간의 노는 행위와 예술을 연결해 볼 수 있다. 인간은 이름 없는 놀이를 천천히 충분히 해보며 살아가고 있을까. 그 경험은 어떤면에서 가장 예술적이지 않을까. 그것이 예술이든 무엇이든 개념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쓸데없는 행위로만 인식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예술은 사실 쓸모나 성과 지향적인 활동이 아니라 사람의 낯설거나 다채로운 표현 자체이기도 한데 그 경험을 미술관에서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고 전제된 공간에서.
그래서 이러한 질문을 나누기 위해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가족 대상 워크숍, 장애인 대상 워크숍, 부모 교육 등 세 가지로 기획했다. 세 가지 프로그램 모두 사람의 노는 행위를 궁금해 해보자, 그것에 이름이 없더라도 충분히 지켜보며 질문을 던져보자고 했다. 그래서 가족 대상 워크숍에서는 가족이 서로를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고 장애인 대상 워크숍에서는 작은 단위의 표현, 놀이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부모 교육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를 구체적 언어로 정리, 소개했다. 그 중심에는 모두 사람이 있었다. 작가의 작품이 더 강조되거나 먼저 완성되어 관객에게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전시에 참여하는 사람들, 그들의 다양한 표현 자체가 예술의 일부로 호명되었다. 노는 행위나 경험이 갖는 예술적 의미를 적극적으로 해석, 응원하며 전시와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 것이다.
결국 관객의 참여, 개입, 반응이 놀이가 예술이 되도록 하는 사건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몇몇 작품이 파손되거나 망가지기도 했는데 작가들 역시 그러한 반응과 사건에 일반적인 방식으로만 대응하려 하지 않고 현재 우리에게 어떤 태도나 해석이 필요한지를 지속적으로 생각했다. 심하게 작품이 파손되는 것은 당연히 미술관 차원에서 제지하고 안내했지만 그 ‘심하게’와 ‘파손’의 어디쯤에서 발견된 ‘신나게 노는 사람’에 대해서는 예술가도 전시의 의도와 연결지어 오히려 다음 작업의 방향성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가도 기획자도 많은 사람의 각기 다른 노는 행위를 관찰하게 되었다. 그리고 관찰은 계속 질문을 만들어냈다. 무엇이 사람들에게 예술의 일반성으로 작동해 왔는지, 어떤 행위가 왜 선을 넘거나 덜 예술적인 행위로 인식되어 왔는지, 노는 경험이 예술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인지 등.
전시가 끝난 공간 곳곳에는 관객들의 낙서와 흔적이 가득했는데 어떤 예술가는 이제야 작품이 완성되었다며 흐뭇해했고 미술관은 다음 전시를 위해 벽을 어떻게 보수할지 고민을 시작했다. 이 역시도 모두에게 낯선 사건이기도 한데 현실적 방안을 모색하는 영역 근처에서 그 사건도 의미 있게 해석하려는 개구쟁이 같은 시선도 보인다. 그리고 예술가와 기획자에게는 그 시선이 다음 작업의 토대이자 의도로 작용하기도 한다. 덜 망가지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 대신 작품이라는 것은 어디에서 어떤 사건을 만날 때 더 예술적일 수 있을지 생각한다. 전시장에서 놀았던 사람들처럼 돗자리를 펴고 높은 천장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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