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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글] 예술가, 재미있게 창작하고 있을까

by 문화예술기획 최선영 2025. 12. 27.

2025 충남문화관광재단
예술지원사업 간접지원과정 
뜻밖의 실험실
 
 

 
 
 
(기록집 수록 원고)
 

예술가, 재미있게 창작하고 있을까

 
 
 

최선영 / 2022-2025 간접지원과정 PM
문화예술기획자
 
 

충남의 간접지원과정 사례를 공유했던 올해 오픈 포럼 ‘예술가에게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이후 그 자리에서 마주한 질문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수도권에 비해 예술인도, 문화시설도, 예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인식도 현저히 낮은 지역 상황이 여러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거대한 어려움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복잡하고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4년 동안의 간접지원과정을 떠올려 보니 분명하고 단순한 무언가가 포착되었다.
 

 
그것은 ‘예술가가 창작 과정에서 느끼는 재미’였다. 그 재미는 긍정적이고 활기차고 명료한 경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술가로서 갖는 재미라는 건 사람에 따라 다양한데 새로운 것을 경험해 보는 것, 궁금한 것을 탐색하는 것, 자신에게 자연스러운 속도와 방식을 찾는 것,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동료와 만나는 것, 실험의 과정이나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것, 비언어적이거나 비효율적인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보는 것 등이다. 그것은 내가 창작을 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자 다른 예술가들을 보면서 발견한 것이다. 특히 충남에서의 간접지원과정을 운영하면서 점점 표정이 편안해지거나 개구쟁이처럼 변하는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이 재미를 유지하자’는 목표를 갖게 되었다. 우리는 주로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거나 음악을 듣거나 수다를 떨거나 낯선 행위를 하며 만났는데, 점점 지원사업 관련 기획서를 어떻게 잘 쓸지, 사업 홍보 전략은 어떻게 마련할지, 다른 지원사업은 뭐가 있는지 등에 대한 대화에서 멀어졌다. 그보다는 가야금 줄을 튕기고 점토를 만지고 구슬을 굴리며 촉감, 소리, 진동, 이야기, 장면, 의미 등에 집중했다. 더 미련하고 더 비효율적으로.
난 그렇게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간접지원과정 하면 재미있어서 이젠 무슨 내용인지도 안 보고 일단 참여한다”는 예술인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더욱 그렇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들과 나의 큰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그건 우리가 이전에 소소한 표현 활동, 딴짓, 창작 행위 등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수업 시간에 노트 한쪽에 정성스럽게 친구 얼굴을 그리던 사람, 어디선가 들은 음악이 좋아서 집에 돌아와 관련된 음악을 모조리 찾아 듣던 사람, 남들은 관심 없는 이야기나 이미지에 집중하며 혼자만의 상상을 하던 사람, 끊임없이 딴생각을 하며 그것의 실행 방법을 찾던 사람 등이 현재 피아노도 치고 그림도 그리고 무용도 하고 바이올린도 연주하며 지내는 것이었다. 너무 당연하고 단순한 이야기인데 이것을 다시 지금 예술가의 일상과 연결해서 생각해 보면 이들의 ‘재미’가 바쁘고 팍팍한 현실 안에서 유지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심지어 지원제도 안에서도. 기획서도 잘 써야 하고 계획대로 (작업 이전에) 사업도 해야 하고 정산도 해야 하니까. 요새는 그것을 잘 정리해서 이력과 포트폴리오 관리로까지 연결해 자기 어필, 퍼스널 브랜딩도 해내야 할 것 같으니까. 그 사이에 예술가들의 재미는 어디론가 흩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모든 것에 대해 제도나 상황 탓만 할 수는 없지만 예술가 개개인이 어떻게 각자의 재미를 추구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시선은 어디에 얼마나 작동하고 있을지 질문이 생긴다. 예술가 본인이 자신의 재미를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도.
 
 
*2025 간접지원과정 활동강화 교육 내용

회차 내용 진행
1 오픈 강의 " 예술가의 지원사업 건강하게 활용하기 그리고 졸업하기" 최선영(PM)
2 오토마타 워크숍 “최소한의 새 만들기” 전지(시각예술가)
3 “놀이가 예술이 될 때” 전시 관람 및 작품 소개 최선영(PM)
4 꽃꽂이 워크숍, 클래식 음악감상실 전선진, 김수지(충남예술교류 지원사업 참여 예술인)
5 촉각+명상 워크숍 “여행자의 알” 구은정(시각예술가)
6 3D펜 체험 워크숍 이재환(시각예술가)
7 북토크 “우리는 왜 그림을 못 그리게 되었을까” 김인규(예술연구과정 지원사업 참여 예술인)
8 도자기 체험 워크숍, 가야금 해부학 워크숍 류정희, 성유진(충남다원예술 지원사업 참여 예술인)
9 놀잇감 작품 감상 및 체험 이재환(시각예술가)

 
 
 

2025 간접지원과정 활동강화 교육 현장

 
 
 
그런데 제도가 조금이나마 예술가의 재미를 지속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예술가가 재미있어야 개별적이고 다채로운 ‘지속가능성’이 생길 수 있고 그래야 구체적이고 규모 있는 창작이나 발표 활동도 이어질 테니까. 즉, 창작 활동의 토대가 되는 부분을 지원하는 것이 제도적으로도 중요한데 그것을 조금 일상적인 말로 하자면 ‘재미를 지속시킨다’고 할 수 있다. 예술가들은 재미있으면 자발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한다. 이건 분명하다. 어떤 통계 자료나 학술적 근거로 말할 수는 없지만(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기도 어렵지만) 예술적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매년 예술가들이 ‘창작’이라는 이름을 걸고 결국 비슷한 것을 관성적으로 하고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활동 자체에 재미가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예술가에게 창작적 재미를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사회적 논의 주제로 설정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지원기관과 제도가 많아진 현재, 예술가들은 재미있게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은 그 논의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이 시점에 현재 많은 예술지원제도의 목적이나 방향성을 생각해 보자. 충남문화관광재단 역시 2026년 예술지원사업 정기공모 공고문에 지원의 목적을 “예술인⬝예술단체의 안정적 창작환경 기반을 조성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 순수예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도민 문화예술 향유에 힘쓰고자”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예술지원제도가 이러한 목적을 공식화하고 있는데 한편으로 그 말들이 너무 거대하게 들리기도 한다. 보통 몇 백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아 예술가들이 각자의 사업을 하게 되는데 몇 개월 간의 그 활동이 어떻게 안정적 창작 환경 기반을 조성하고 지역 순수예술 생태계를 구축하고 도민 문화예술 향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당연히 미묘한 의미와 성과가 있지만 이 제도적 표현이 실제로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질문이 필요하다.
간접지원과정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었다. 충남문화관광재단도 처음 시도해 본 실험이었고 나 역시 답을 제시해야 할 것 같은 부담 속에서 결국 긴 실험을 함께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복잡해질 필요 없는 분명한 무언가를 발견했을 뿐이다. 그리고 예술가들이 각자의 재미를 소외시키지 않으며 살아가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도 발견했다. 간접지원과정은 종종 그 어려움을 묻거나 공감하는 자리로도 기능했다. 그런 자리가 거의 없다는 것도 확인하며.
마지막으로 2023년 간접지원과정 중 진행한 내부 예술가 좌담회의 기록 중 '개별적 창작 활동 관련 고민'을 공유한다. 이 자리에서는 충남 곳곳에서 사실상 혼자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 간접지원과정은 계속 이런 이야기를 듣고 반영하는 작은 만남이자 작업이었다.
 

1. 새로운 시도에 대한 의지
“기존에 제가 하던 방식으로만 준비하는 건 익숙한데 다른 걸 시도해 보려고 하니 매끄럽게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두려운 것 같아요.”
“결과물을 고민하지만 그 결과물이 기존에 하던 결과물 형태랑은 다를 거라서 고민이 있어요. 틀 안에서도 자유로운 뭔가가 있어야 되는 게 어려워요.”

2. 예술인들과의 교류
“계속 갈급함은 있어요. 이런 간접지원이 있어서 저도 최대한 참석을 해보고 교류를 하고는 싶었는데 사실 이렇게 이야기 나누는 정도로 끝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좀 더 교류를 하기 위해서는 나서서 해야 하는데 저는 성격이 사실 좀 그렇지 못하기도 하고 노력은 하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이에요.”
“음악에는 어떤 악기나 성악이 필요한데 이런 사람 없을까 이렇게 구하다 보면 충남 안에서 구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마음도 좀 맞아야 하고요. 계속 하던 사람들이 익숙하기도 하고요.”
“일반적으로 예술을 하시는 분들에게 그 분야의 고집이라는 건 있어야 하지만 더 넓은 마음도 필요한 것 같아요. 확장성이 있어야 하니까요.”

3. 가치 중심의 관점 확대
“가치 중심적으로 뭔가 더 깊이 들어가고 싶은데 더 깊이 안 들어가지는 게 있어요. 뭔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거 자체가 더 깊이 들어가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생각과 고민들이 더 많이 들어가야 되는데 말이죠. 효율적인 부분 때문에 계속 벽처럼 막히는 게 있어요. 이번은 여기까지만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과 인식 때문에 계속 주저하게 되는 것 같아요.”

4. 나만의 시도에 대한 설득의 어려움
“현대예술은 뭔가 무겁고 사회적인 주제를 다루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그냥 그리거나 표현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좀 실험적인 걸 많이 하다 보니까 낯선 창작 행위에 대한 지역에서의 관심이나 인식이 부족한 것 같아요.”

 
 

2024년 간접지원과정 중 '복많투어' 현장. 바닷가를 거닐고 넓은 카페에서 음악 공연과 놀이 워크숍을 즐겼다. 그해 간접지원과정은 '빈칸 실험실'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는데 빽빽하지 않은 공간적, 경험적 활동 사이에서 각자의 창작 방식과 재미를 찾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참고
 
2025 [포럼 기획] 예술가에게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발제자료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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