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

[기획/글] 충남문화관광재단 지원사업 간접지원과정 <빈칸 실험실>

by 문화예술기획 최선영 2025. 1. 1.

충남문화관광재단
2024 지원사업 ‘충남다원예술·사회적가치특화·예술교류’
간접지원과정 <빈칸 실험실>
총괄 기획 
 
 
 
 

<빈칸 실험실>

 
* 사업 기간 : 2024년 1월 ~ 12월
 
* 사업 규모 : 충남다원예술지원 10인, 사회적가치특화지원 5인, 충남예술교류지원 5인
 
* 추진 일정

사업명워크숍
(OT형)
1:1
인터뷰
활동강화
교육
체험‧탐방형
활동강화
교육
개별
심화연구
성과연구
예술인 좌담회
과정 나눔회
강의워크숍
추진 시기5월6-7월6-7월9월7-10월11월12월
충남다원예술지원1회10회2회2회1회
(충남권)
5회1회1회
사회적가치특화지원1회
충남예술
교류지원
협력교류
거점교류

 
 
 

 
 
 
 

비워둔 곳에서 만나다 <빈칸 실험실>

 
최선영 / 간접지원과정 PM, 문화예술기획자
 
 
3년 차에 빈칸으로 시작하기
보통의 사업은 3년 차가 되면 더욱 완성형의 계획을 세우곤 한다. 2년 동안 드러난 구멍을 분석하고 그것을 채울 구체적인 조각을 찾는다. 그리고 더욱 단단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설계한다. 그렇게 사업의 체계를 갖추는 것이 3년이나 5년 단위로 시도되곤 한다.
2022년부터 시작된 충남문화관광재단의 간접지원과정도 어느덧 3년 차를 맞이했는데 그 과정을 함께한 필자는 오히려 2024년에 빈칸을 실험하기로 했다. 작년 간접지원과정이 끝날 때만 해도 2024년에는 무엇을 더 보완하고 채워 넣을지에 집중했지만 고요한 겨울이 지나고 다시 창작에 시동을 걸 때가 되니 다른 질문이 생겼다. 간접지원과정은 기획이나 창작을 하는 예술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경험이나 기회를 지원사업 안에서 제공하려는 목적이 컸는데 그래서 더욱 새로운 정보, 동향, 방식, 환경 등을 꺼내어 펼치게 되었다. 물론 그것이 여러 예술가들에게 공감과 긍정적 반응을 얻기는 했으나 계속 새로움을 제공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생각이 들었다. 그 전제에는 특히 예술가들에게 '뭐라도 도움이 되는' 요소를 찾고 제안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이 있었다. 간접지원과정 안에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배치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2년을 보낸 후 더욱 확인하게 된 것은 예술가들마다의 창작 동기와 방식, 현재의 욕구나 관심사가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이것은 간접지원과정 첫해에도 발견했던 내용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매우 큰 특징이자 주요 요소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술가들은 무엇이 지원, 제공되든 자신의 필요와 관심사에 따라 그것을 해석하려고 했다. 해석 자체에 더욱 흥미를 갖기도 했다. 그래서 여러 주제나 경험에 대한 예술가마다의 넓은 해석의 자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2024년에는 '빈칸'을 실험하고자 했다. 이전보다 내용을 덜 계획하고 사업별 간접지원과정 운영 횟수도 줄였다. 무언가를 많이 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흐름이 만들어낸 관계
하지만 2022, 2023년의 간접지원과정이 치열하고도 촘촘하게 운영되었기에 2024년는 '빈칸 실험실'을 시도할 수 있었다. 어떤 방식이 더 옳은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런저런 시도 안에서 어떤 흐름이 생기거나 그런 흐름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선택도 누군가 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3년 동안 간접지원과정이 지속될 수 있었기에 그것이 가능했다. 한편으로는 충남에서 예술이나 기획에 대한 촘촘한 지원과정이 그동안 충분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당시에 필요한 것들을 간접지원과정에 담아내려다 보니 매년 다른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맥락에서 재단은 예술가들에게 사업 추진 예산을 분배하는 직접 지원 외에 어떤 방향성과 내용, 방식의 지원이 필요할지 간접지원과정을 통해 현장 연구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재단 실무자가 예술가들을 간접지원과정 안에서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단 실무자는 개별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만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예술가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요즘은 어떤 실험을 하는지, 비공식적인 활동의 방식과 범위에 대해서도 궁금해할 수 있다. 그것은 지원기관과 지원대상의 만남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예술을 매개로 서로에게 질문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자주 만나서 요즘의 질문을 조금이라도 나누는 것은 예술가라는 사람에게도, 그 사람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 또 다른 사람에게도 소중한 경험이다.
독특하고 새로운 지원사업들이 여러 기관에서 기획, 운영되는 요즘, 그 다양성과 차별성 속에서 어떤 관계가 얼마나 가능해졌는지, 혹은 더 어려워졌는지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비워둔 곳에서 계속 만나기
'빈칸'은 예술가들의 자기 해석의 범위 외에 충남에서의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시간을 의미했다. 누군가의 해석에도 사람 간의 만남에도 사전에 기획된 내용보다 그 순간에 촉발되는 무언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한 자리로서 '빈칸'이 필요했다. 더 쉽게 표현하자면 덜 기획하고 더 열어두었다고 할 수 있다. 각자 무엇을 발견할지 모르지만 발견과 질문의 기회는 필요하니 그 자리를 남겨두자는 의미였다. 그래서 공통과정으로 기획한 강의나 워크숍 등에서도 완결된 내용을 전달하기보다 질문이나 개별화된 참여를 유도했다. 체험•탐방 프로그램에서는 아예 <빈칸 투어>라는 이름으로 넓은 바닷가를 걷거나 공연을 즐겼다. 사람은 하나의 경험에서 각기 다른 무언가를 느낄 것이라고 전제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면 타인과의 대화나 교류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필자는 3년 간의 간접지원과정을 통해 각기 다른 사람들이 사실은 서로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두드러지게 발견했다. 그것은 매우 가시적이고 적극적인 대화나 교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창작물을 한 번 더 들여다봐 주는 존재, 서로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존재, 현재의 마음이나 생각에 대해 비언어적으로라도 공감해 줄 수 있는 존재가 지원사업이라는 딱딱한 구조 안에서도 필요했다. 그래서 1:1 인터뷰 시간이나 예술장돌뱅이와의 워크숍 등에서 예술가들은 더욱 많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 이야기가 예술가인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고민인지도 함께 털어 놓았다.
이러한 순간이 예술가의 창작 활동에서 중요하다면 그것이 더욱 다채롭게 펼쳐질 수 있는 기회도 필요한데 필자는 그 자리를 역시나 '빈칸'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더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정확한 무대가 아니라 남겨진 이야기, 느린 이야기, 정리될 수 없는 이야기가 잠잠하지만 솔직하게 이어질 수 있는 자리로서 덜 무대 같은 빈자리가 필요하다. 아직 무대를 짓기 전의 공터, 혹은 무대 뒤 분주한 준비 공간처럼 말이다. 비워둔 곳에서 계속 자신과 타인을 만날 수 있는 그 시간과 공간은 분명 다음 무대를 구체적으로 꿈꾸게 할 것이다.
누군가 바쁘게 무대를 끝내고 내려온 자리에서 성공담이나 개선 사항을 나눌 수도 있지만 무대 주변 사람들이 각자 무엇을 상상하거나 망설이고 있는지 나눌 수도 있다. 그 목소리가 수근거림으로만 묻히지 않을 수 있는 방식을 다음 간접지원과정에서 시도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제각각 퍼져나갈 수 있다면 그것은 이따금 무대 위 누군가의 떨림을 향해서도 큰 응원이 될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