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보면 읽히겠지> 나는 혼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문화, 예술 관련 공공 프로젝트나 사업 기획을 하기도 한다. 창작, 기획, 문화예술교육 등을 주제로 강의나 컨설팅을 하기도 하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과 마주 앉아 회의도 많이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이나 강아지들과의 산책 길에 여러 생각을 한다. 그것은 구체적인 경험과 상상과 심정을 가로지른다. 나는 그 흐름을 글로 옮겨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다. 문화예술 분야의 질문이 특정 사업이나 제도, 이슈에 대한 한정된 논의로만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을 경험하는 개인의 삶은 여러 차원으로 연결, 교차되기 때문이다. 웹진이나 자료집 원고, 사업 보고서에는 담기 애매하지만 분명하게 떠오르는 현재의 질문을 계속 펼치고 싶다. |
쓰다 보면 읽히겠지 13.
"모르는 게 자연스럽다고 외칠 수 있는 여기에서"
작년에 장애인 예술교육 강의 노트 <같이 좀 모르자> 책을 낸 후 홈페이지와 SNS로 홍보를 해서 아름아름 북토크를 하고 있다. 직접 쓴 책을 들고 이것 좀 읽어보라고 하는 건 사실 매우 민망한 일이지만 애초에 많이 읽히기를 바라고 쓴 책이기에 여러 강의나 대화 현장에서 책과 북토크를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덕분에 벌써 여섯 번의 북토크를 했고 다음 주에는 동네 사람들과, 그 다음 주에는 특수교육 전공자들과 북토크를 할 예정이다.
첫 번째 북토크
2024.11.2 예방구(충남 홍성군)
두 번째 북토크
2024.11.26 그치그치(서울시 중랑구)
세 번째 북토크
2025.2.8 빛나는친구들(경기도 부천시)
네 번째 북토크
2025.2.15 서울예술인지원센터(서울시 종로구)
다섯 번째 북토크
2025.2.26 용인문화재단(경기도 용인시)
여섯 번째 북토크
2025.3.23 청년예술청(서울시 서대문구)
수요 없는 공급은 하고 싶지 않아 5명 이상 모여 북토크를 신청하면 가겠다고 했는데 “세 명 모았는데 어떻게 안 되겠냐”는 문의도 종종 온다. 그러면 사실 반가운 마음에 일정을 잡는다. 그리고 책에 없는 이야기를 한껏 담아 토크를 한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후끈해진 머리가 묘한 기운으로 시원해진다. 우리에게는 계속 같이 질문하고 떠들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매번 확인한다.
책이 장애인 예술교육 관련 내용이다보니 사람들의 질문이 비슷하게 등장하기도 한다. 직접 예술교육 현장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은 특히 이런 질문을 많이 한다.
"제가 만나는 한 사람은 이러이러한 상황에서 이러이러하게 반응해서 제가 너무 힘든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는 솔직하게 그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질문자가 말하는 그 사람의 부분적 특징만을 근거로 한 사람의 개별성을 예측해서 솔루션을 제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같이 좀 모르자>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 역시 큰 맥락에서 이와 같다.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보이는 행동이나 반응이 분명 있지만 그것과 연관된 미묘한 요소들도 있을 것이다. 평소에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표현하는 것과는 별개로 요즘 어떤 상태로 살고 있는지, 누군가가 빠르게 발견하기 어려운 다른 욕구나 표현 요소는 무엇인지 등. 직접 그 사람을 만나 긴 시간을 함께 보내야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있기에 그러한 경험치가 없는 나는 말할 수 없는 영역이 많다.
그리고 누군가를 충분히 궁금해하기 어려운 환경이 예술교육 주변을 감싸고 있음도 잘 알고 있다. 몇 차시로 이뤄진 사업처럼 이미 만남의 방식이 확정된 경우, 그 한계나 어려움은 더욱 분명하다. 그래서 그 현실적 어려움을 인정하자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기도 하다. 매우 다른 사람들을 빠르고 짧게 만나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에게 대해 '안다'라고 먼저 생각하지 말자는 의미다.
이런 이야기를 그동안의 크고 작은 북토크에서 부지런히 했다. 내가 찾은 해결책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이런 이야기에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방향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경력이 많은 예술교육가는 더욱. 그들은 무언가가 '되는' 교육 현장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동시에 무언가가 '된다'는 것은 과연 당사자 입장에서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일지, 왜 그래야만 하는지 질문도 이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모르는 게 많아지는 지금을 서로 응원하자'는 다짐과 함께 토크를 마치곤 했다.
더불어 나는 이 책을 통해 '예술'을 다시 들여다보려는 사람들을 만나며 힘을 얻고 있다. 책에서도 강조한 내용이지만 결국 '예술'이 함정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애/장애인이 가장 낯선 질문 같지만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향할 때 더욱 불분명해지는 예술의 경계가 사실 (누구를 대상으로 하든) 예술교육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화지 가득 그림을 그리는 '미술'만 가르치려 했다면 아는 것들을 어떻게 전할지 정도의 질문만 있었을 것이다. 계속 같이 좀 모르자고 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러 예술교육 현장에서 나에게도 낯선 행위를 시도해보고 있다. 그것은 내가 교육기관이나 문헌 자료에서 배운 예술의 형태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만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이 목적이 되어 선택된 지금의 무언가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목적과 상황에 따라 예술이 잠시 이런저런 형식, 경험, 행위, 명분, 의미, 놀이 같은 것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구체화된 건 오히려 책을 낸 후 북토크를 몇 차례하고 난 후였다.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왜 장애인 예술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묻곤 했는데 그에 대한 답변을 이래저래 하다 보니 나는 너무 분명하거나 일반적인 예술에 동의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래서 특히 누구를 고려한 예술교육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내가 학습한 예술을 벗어나고 싶다, 다른 표현의 영역을 만나고 싶다는 욕구가 컸다. 그런 느낌이 미묘하게 일렁이고 있을 때, 특수학급 내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면서 누군가의 표현도 반갑게 마주했던 것이 아닐까.
북토크를 하면서 나도 생각이 확장되거나 정리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토크도 기대가 된다. 우리는 무엇에 대한 모름을 더 넓게 발견할까. 예술은 또 얼마나 더 모호해질까. '모두가 예술가'라는 구호가 일상 곳곳을 환하게 감싸는 요즘, 우리는 흐릿한 질문들 사이를 어떻게 뚜벅뚜벅 헤쳐나갈까. 불분명한 것들이 ‘원래’ 넘쳐나는 세상이니까 ‘원래’ 유연한 예술의 경계를 사방으로 당겨 같이 좀 모르자. 오래오래.
**북토크 신청 안내**
어디로 갈지 모르는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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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최선영 (문화예술기획자)
*신청대상 : 5인 이상 모인 경우 누구나 신청 가능
*일정, 장소, 참여비 : 신청인과 협의 후 결정
(제가 뚜벅이라서 너무 멀리는 못갑니다🏃🏽♀️)
*신청방법 : 메일이나 문자 주시면 협의 후 진행합니다
vosIss@hanmail.net / 010-8504-1077
🌿🌿🌿
네이버에서 “같이 좀 모르자”를 검색하면
이후북스를 통해 온라인 구매가 가능합니다.
https://naver.me/xv3UUzUG
같이 좀 모르자 : 장애인 예술교육 강의 노트 (최선영) : 이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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