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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보면 읽히겠지

[쓰다 보면 읽히겠지] 18. 당신은 요즘 무엇에 관심이

by 문화예술기획 최선영 2025. 6. 1.
<쓰다 보면 읽히겠지> 
 
나는 혼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문화, 예술 관련 공공 프로젝트나 사업 기획을 하기도 한다. 창작, 기획, 문화예술교육 등을 주제로 강의나 컨설팅을 하기도 하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과 마주 앉아 회의도 많이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이나 강아지들과의 산책 길에 여러 생각을 한다. 그것은 구체적인 경험과 상상과 심정을 가로지른다. 나는 그 흐름을 글로 옮겨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다. 문화예술 분야의 질문이 특정 사업이나 제도, 이슈에 대한 한정된 논의로만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을 경험하는 개인의 삶은 여러 차원으로 연결, 교차되기 때문이다. 웹진이나 자료집 원고, 사업 보고서에는 담기 애매하지만 분명하게 떠오르는 현재의 질문을 계속 펼치고 싶다.

 
 
 
 

쓰다 보면 읽히겠지 18.

"당신은 요즘 무엇에 관심이"

 
 
15년 전 쓴 글을 꺼내봤다. 요즘 나는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며칠 전에 만난 작업하는 이가 "당신은 요즘 무엇에 관심이 있냐"라고 물었다.

누군가의 '무엇'을 만들고 움직이는 것은 무엇일까. 각자의 역사에서 작동하고 있는 사건과 사람들이 주변에 널려있다. 보이는 곳에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 그리고 보려하지 않는 곳에.
오늘 한 문화재단에서 하는 모니터링 사업 때문에 처음으로 미혼모 시설을 방문했다. 몇 년 전 나와 함께 학교 복도를 거닐며 이유없이 웃던, 그 친구들 같은 젊은 엄마들을 만났다. 그냥 스치는 내 눈길이 그냥으로 보이지 않을까봐 혹은 들킬까봐 그들만큼이나 나도 불편했다. 무거운 배를 쓰다듬으며, 아이를 낳으면 교복을 입기 위해 빨리 살을 빼야 한다는 한 엄마의 말이 들렸다. 저마다 사연의 두께만큼 아가를 두텁게 품고 있는 그 모습이 여기 401호에도 저기 402호에도 그리고 저기 복도 끝에도 보였다. 또래 친구들이 밤마다 흥얼흥얼 춤추고 노는 홍대 앞 근처 건물 안에 분명 그들이 있고 그들의 아기가 있다. 그리고 이 세상 어딘가에 그들의 아빠가 있고 그 주변에 우리가 있다.
"당신은 요즘 무엇에 관심이 있냐"는 그 질문에 나는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 혹은 가지지 않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작업을 하는 다른 이와 그의 작업에 관심을 갖는 것을 넘어서, 다른 삶과 가려진 서사에 귀를 기울이고 우리가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다. 몇 번의 전시와 프로젝트 이력으로 인해 자칫 잊어버릴지 모르는 주변의 이야기. 분명 우리 주변에 있으나 그냥 있다는 사실도 잊기 쉬운 것들. 지금의 나를 만들고 어제까지의 나를 쌓을 수 있도록 했던 불편한 현실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농담을 시도하고 싶다.
날이 춥다. 401호 엄마들의 수다가 뜨뜻한 방바닥을 타고 아가들에게 전해지고 있겠지. 어린 엄마들이 살고 있는 지금도, 뱃속 아가들이 살 미래에도 사람/작가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들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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