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다 보면 읽히겠지> 나는 혼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문화, 예술 관련 공공 프로젝트나 사업 기획을 하기도 한다. 창작, 기획, 문화예술교육 등을 주제로 강의나 컨설팅을 하기도 하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과 마주 앉아 회의도 많이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이나 강아지들과의 산책 길에 여러 생각을 한다. 그것은 구체적인 경험과 상상과 심정을 가로지른다. 나는 그 흐름을 글로 옮겨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다. 문화예술 분야의 질문이 특정 사업이나 제도, 이슈에 대한 한정된 논의로만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을 경험하는 개인의 삶은 여러 차원으로 연결, 교차되기 때문이다. 웹진이나 자료집 원고, 사업 보고서에는 담기 애매하지만 분명하게 떠오르는 현재의 질문을 계속 펼치고 싶다. |
쓰다 보면 읽히겠지 23.
"한 사람이 간다"
올 여름, 평택시문화재단의 평택 사람학교 <한 사람이 온다>에 담임 강사로 참여했다. 이 사업은 1인 가구 대상의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기획하는 과정으로 총 8회차 운영되었으며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로부터 재단이 영감을 받아 큰 매락을 기획했다.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업명이 정해진 상태에서 강사로 참여하게 된 것인데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시민분들과 만남을 시작하며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누구의 입장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한 사람'이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오려면 여러 고민, 노력, 장치,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지 활동이 벌어지는 현장에 누군가 입장하는 것도 어렵지만 정현종 시인의 표현처럼 그 사람의 일생과 마음이 함께 오는 것은 더욱 어렵다. 누군가는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참여자 모집을 바로 떠올릴 수도 있고 부모의 대리 신청으로 적당히 참여하는 어린이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렇게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요즘의 상황과 맞물려 더욱 큰 어려움으로 인식될 때, '누가 오도록 하기 위해 누가 먼저 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제도가, 기관이, 예술교육가가 먼저 무언가를 준비하거나 의도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가거나 모아야 하는 것처럼. 그렇기에 1인 가구 대상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기획하는 입장에서 다시 이 과정을 떠올려보면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결과였다. 한 사람이 예술교육가에게,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오려면 일단 그 활동을 기획하는 또 다른 '한 사람'이 여러 방식으로 그 사람에게 가야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 사람이 온다>는 '한 사람이 간다'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예술교육가 역량강화 프로그램, 문화기획자 양성과정 등은 누군가에게 '가려는' 사람을 대상으로 왜 가려고 하는지, 어떻게 가려고 하는지, 정말 가고 싶은지 묻는 과정을 동반한다. 이런 자리에는 문화나 예술에 큰 관심이 없거나 관심을 갖기 어려운 사람에게 '가려는' 사람들이 모여서, '가는' 의미와 방식을 고민하게 되는데 <한 사람이 온다> 역시 그러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첫 시간에 다음과 같은 두 장의 그림을 그려 참여자분들에게 공유했다.


왼쪽이 예술교육가라면 오른쪽이 참여자다. 한 사람이 오려면, 한 사람이 가야 한다. 여기에서 '온다'는 것은 여러 의미이기 때문에 '간다'는 것도 여러 맥락과 방식을 포함한다.
그렇다면 참여자(잠재적 참여자 포함) 입장에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예술교육가는 어떻게 인식될까. 나는 다른 두 장의 그림을 그렸다.


무언가를 같이 하고자 좋은 마음을 가지고 누군가가 멀리서 다가온다. 점점 그 사람이 내 코앞까지 다가와 말을 건다. 그런데 그 사람의 메시지, 같이 하려고 하는 것이 너무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을 때도 많다. 참여자는 그 분명한 무언가를 같이 해줘야 하는 입장으로 전제된 것만 같다. 참여자에게 특히 그런 생각이 강하게 밀려오는 순간은 다음과 같다.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이 좋은 것을 양손 가득 준비해서 왔다고 여전히 강렬한 색깔을 뿜으며 누군가가 다가오는 상황. 심지어 미소를 머금고 친절한 말투로.

문화예술교육 영역에서 우리는 종종 양손 가득 무엇을 얼마나 다채롭게 구성할지만 고민한다. 하지만 확정된 즐거움을 꽃다발처럼 코앞에 들이미는 예술교육가의 그 마음이, 참여자는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고 피로하기도 하다. 꽃다발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래서 문화예술교육 현장에는 꽃다발 디자이너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이런.

자기 색깔이 있긴 하지만 다 채워서 다가오지 않는 사람. 그 구멍은 그저 여백이 아니라 그 사람의 부족함, 망설임, 서성거림, 어려움, 혹은 타인에 대한 궁금함이기도 한 사람. 자신의 삶 속에 있는 불명확한 무언가를 꽃다발로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사람. 그것이 만들어내는 대화의 물꼬를 의미있게 여기는 사람. 그래서 화려하고 분명한 콘텐츠 대신 '덜 부담스럽게 만날 수 있는 여지'를 사람에 대한 태도로서 가지고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은 "이 좋은 걸 열심히 준비했으니 어서 해보라"는 부추김 대신 다른 말걸기도 하고 느린 속도로 반응 혹은 참여를 기다린다. '한 사람이 간다는 것'은 이러한 상황을 그리며 누군가를 향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보면 누군가가 오기도 한다.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오기도 한다. 그것은 다가간 사람의 마음이 내어놓은 구멍을 통과하기도 하고 그곳에 잠시 머물기도 한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일도 된다. 그것은,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한 사람이 온다>
담임 강사 : 최선영
보조강사 : 김은영
그림기록 : 이려진
촉감오브제 제공 : 구은정
놀잇감 제공 : 이재환
*2025-2026년에 쓴 글 중 일부와, 새롭게 쓴 글을 모아 책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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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노트쓰다 보면 읽히겠지 문화, 예술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기획자가 있다. 그는 삶과 충돌하는 예술을 자주 경험하며 할 말이 많아졌다. 그래서 긴 고백을 하기로 마음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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