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다 보면 읽히겠지> 나는 혼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문화, 예술 관련 공공 프로젝트나 사업 기획을 하기도 한다. 창작, 기획, 문화예술교육 등을 주제로 강의나 컨설팅을 하기도 하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과 마주 앉아 회의도 많이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이나 강아지들과의 산책 길에 여러 생각을 한다. 그것은 구체적인 경험과 상상과 심정을 가로지른다. 나는 그 흐름을 글로 옮겨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다. 문화예술 분야의 질문이 특정 사업이나 제도, 이슈에 대한 한정된 논의로만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을 경험하는 개인의 삶은 여러 차원으로 연결, 교차되기 때문이다. 웹진이나 자료집 원고, 사업 보고서에는 담기 애매하지만 분명하게 떠오르는 현재의 질문을 계속 펼치고 싶다. |
쓰다 보면 읽히겠지 25.
“작지만 분명한 욕구"
요즘은 더욱 소꿉놀이하듯 살 때가 많다. 노트북 앞에서 급한 일을 하다가도 좋아하는 컵을 찾아와 옆에 두고 차를 따라 마신다. 그 옆에 어울리는 꽃병을 두고 싶다. 그 옆에 진한 노랑의 모과도 두고 싶다. 그 사이에는 무언가를 놓아 이야기가 있는 장면을 만들고 싶다. 그런 속 편한 생각을 이어간다. 어릴 적 넓적한 돌 위에 풀과 흙을 잔뜩 올려두고 혼잣말하며 놀았던 것처럼. 마흔을 넘기고 하는 색깔 놀이, 이야기 놀이, 결국 소꿉놀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 바탕에는 분명한 욕구가 있다. 이 색깔들을 한곳에 모아 배치해 보고 싶다, 이 모양과 저 모양의 조화를 실험해보고 싶다, 그때 각각의 무언가가 본래 모습을 최대한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에너지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보고 싶다.... 작지만 강력한 욕구다. 그래서 집안 곳곳에, 가방 속 파우치 속에, 휴대폰 사진 속에 일관된 장면이 있다. 취향 혹은 다양성이나 조화로움에 대한 추구일지도.

목표를 크게 잡아라, 큰 꿈을 가져라, 세상을 크게 봐라, 그런 말들이 의미하는 바를 잘 알지만 가끔은 작고 분명한 욕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힘이 어마어마하다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의 삶에는 그조차도 없어서 큰 목표도 그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작고 분명한 욕구는 취향일 수도 감정일 수도 관점일 수도 가치관일 수도 있다. 무언가의 존재를 지속시키고 싶다는. 그런데 그 욕구의 범위보다 존재 유무, 강력함의 정도가 더 중요할 때도 많다. 무언가를 향하는 의지가 강력하게 있어야 그다음을 상상하든 실천하든 할 테니까.
그런 측면에서 요즘은 소꿉놀이하듯 사는 마음을 중요하게 지켜내려고 한다. 내가 무엇을 곁에 계속 두고 싶어 하는지 들여다보며. 가만히 지켜보면 그것은 당연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 속 편한 놀이를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치열한 과정이 있었으니.
오늘은 무엇이 내 옆에 있나. 무엇을 더 내 옆에 두고 싶나. 어떻게 하면 그것이 오래오래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 있을까.









*2025-2026년에 쓴 글 중 일부와, 새롭게 쓴 글을 모아 책을 발간했다.
[책] 기획자의 노트 <쓰다 보면 읽히겠지>
https://uugoorichoi.tistory.com/158
[책] 기획자의 노트 <쓰다 보면 읽히겠지>
기획자의 노트쓰다 보면 읽히겠지 문화, 예술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기획자가 있다. 그는 삶과 충돌하는 예술을 자주 경험하며 할 말이 많아졌다. 그래서 긴 고백을 하기로 마음먹
uugoorichoi.tistory.com
'쓰다 보면 읽히겠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쓰다 보면 읽히겠지] 27. 내 아들에게 저런 프로그램이 매칭된다면 (0) | 2026.02.19 |
|---|---|
| [쓰다 보면 읽히겠지] 26. 창작자의 돈 얘기 (0) | 2026.02.08 |
| [쓰다 보면 읽히겠지] 24. 건강하게 빠져나가는 구멍도 필요하니까 (0) | 2026.01.09 |
| [쓰다 보면 읽히겠지] 23. 한 사람이 간다 (0) | 2025.12.01 |
| [쓰다 보면 읽히겠지] 22. 수신자 없는 제안서를 써야 할 때 (0) | 2025.10.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