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다 보면 읽히겠지> 나는 혼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문화, 예술 관련 공공 프로젝트나 사업 기획을 하기도 한다. 창작, 기획, 문화예술교육 등을 주제로 강의나 컨설팅을 하기도 하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과 마주 앉아 회의도 많이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이나 강아지들과의 산책 길에 여러 생각을 한다. 그것은 구체적인 경험과 상상과 심정을 가로지른다. 나는 그 흐름을 글로 옮겨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다. 문화예술 분야의 질문이 특정 사업이나 제도, 이슈에 대한 한정된 논의로만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을 경험하는 개인의 삶은 여러 차원으로 연결, 교차되기 때문이다. 웹진이나 자료집 원고, 사업 보고서에는 담기 애매하지만 분명하게 떠오르는 현재의 질문을 계속 펼치고 싶다. |
쓰다 보면 읽히겠지 24.
"건강하게 빠져나가는 구멍도 필요하니까"
1.
기획서 작성 관련 강의 의뢰를 종종 받는다. 사실상 지원사업의 지원서 작성 강의다. 그런데 '기획의도'부터 '기대효과'까지 이미 정해진 질문에 답을 채워 넣는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어렵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 내용으로만 강의를 하는 것은 좁은 길만 제시하는 것 같아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10년, 20년 전에 비해 표현 활동의 경로가 다양해졌음에도 지원사업이나 예술계에 진입하는 것만 주로 언급되는 것이 의아한 측면도 있다.
그래서 종종 딴 길로 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작품 제작 및 발표 외에 다른 길로 나아갈 가능성도 만난다고. 이런 그림도 그려서.

왜냐하면 실제로 다수가 지원사업이나 예술계 안에 진입하고 계속 머물러있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원사업을 활용하며 각자의 길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러 실험과 실천으로 예술계의 경계를 허무는 활동이 더 예술적일 때도 있다.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머무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맞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럽지 않을 수도 있고.
그래서 작년에는 지원사업을 건강하게 활용하고 졸업하는 것에 대한 강의도 시도했었다. 호기롭게 강의를 기획했지만 사실 두 달 넘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내내 고민이 깊었다.
[오픈 강의] 예술가의 지원사업 건강하게 활용하기 그리고 졸업하기
[오픈 강의] 예술가의 지원사업 건강하게 활용하기 그리고 졸업하기
충남문화관광재단충남예술지원사업 간접지원 과정뜻밖의 실험실오픈강의예술가의 지원사업 건강하게 활용하기 그리고 졸업하기https://youtu.be/JsUU_eqwF7E?si=g-LZ4D8DRHKKm8s3지원사업 진입하기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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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에는 “문화예술교육 했던 경험으로 분식집을 차린다면“이라는 제목으로 적극적인 딴짓 모임을 열기도 했다. 돌아보니 2025년에는 이런 생각이 더 커졌던 것 같다.
[기획] 경기문화예술교육 매개자 연수 [멈칫] <프로그램은 우다다다 달려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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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몇 년 전, 누구보다 내가 지원사업을 건강하게 졸업하고 싶었다. 지원사업을 그야말로 무난하게 해내는 시간이 지속되니 마치 미대입시를 다 끝내놓고 입시 그림을 계속 그리는 느낌이 들었다. 대학교 시절, 입시학원에서 계속 강사 일을 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안 하겠다고 다짐했던 때도 그랬다. 창작 영역에서 '나의 무언가'를 찾으며 이런저런 실험을 하다가 학원에서는 수채화로 주전자를 깔끔하게 그려놓고 뿌듯해하던 어느 날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그래서 얼마 후 다른 일을 구했다.
하지만 돈이 너무 필요해서 결국 1년 후에 학원 강사를 다시 했다. 다시 주전자도 그리고 사과도 그리고 꽃병도 그렸다. 다른 선택을 하는 것에 현실적 요소, 결국 어려움이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한번 더 확인했다. 그 어려움에 계속 끌려다닐 수 있다는 것도.
3.
이런저런 어려움을 전국 곳곳에서 들으며 위 강의를 준비했었다. 사실 나도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라는 이야기를 길게 길게 늘어놓기도 했다. 그런 경험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여러 길을 상상할 때 그런 실체를 볼 수 없었던 오래전 나를 떠올리며.
4.
예술가나 기획자의 활동 궤적을 몇몇 사업의 이력 중심으로만 예측해야 하는 상황도 덜 마주하고 싶었다. 경력 한 줄이 소중한 시기도 있지만 경력으로 설명되지 않는 삶의 레이어도 있기 때문이다. 착착 쌓이는 경력 사이로 삐죽삐죽 솟아오르는 사건과 감정이 나를 더 성장시킬 때도 있다. 그렇다면 한 사람의 활동이나 가치관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들은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와 층위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 복잡함 속에서 쫓고 싶은 것, 지켜내야 하는 것이 생기면 더욱 삐-죽 어딘가로 솟아오르거나 빠져나가기도 하며.

5.
나도 계속 여러 구멍을 찾고 있다. 없던 구멍도 만들어보려고 한다. 잘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게 많다. 무언가가 '되도록 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계속하는 것‘이 다른 의미에서 예술적이라는 생각도 하며. 여러 구멍을 지나다니다 보니 다음 구멍을 찾는 힘도 생긴 듯하다.
그리고 다시 대학 시절을 떠올려보면, 학교에서 예술을 공부할 때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을 때 더 분명한 구멍을 찾았던 것 같다.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와 학교 안에서 말하는 예술 사이에 너무 큰 간극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니.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세계의 (또 다른) 깊은 구멍 같다.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과 메꿔지지 않는 구멍을 동시에 살피며, 건강하게 어딘가로 빠져나가려면 지금 어떤 시간이 필요할까.
나는 요즘 계속 글을 쓰고 종종 나무를 깎다가 궁금한 사람이나 현장을 찾아가 보고 있다.


*2025-2026년에 쓴 글 중 일부와, 새롭게 쓴 글을 모아 책을 발간했다.
[책] 기획자의 노트 <쓰다 보면 읽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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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기획자의 노트 <쓰다 보면 읽히겠지>
기획자의 노트쓰다 보면 읽히겠지 문화, 예술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기획자가 있다. 그는 삶과 충돌하는 예술을 자주 경험하며 할 말이 많아졌다. 그래서 긴 고백을 하기로 마음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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