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다 보면 읽히겠지> 나는 혼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문화, 예술 관련 공공 프로젝트나 사업 기획을 하기도 한다. 창작, 기획, 문화예술교육 등을 주제로 강의나 컨설팅을 하기도 하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과 마주 앉아 회의도 많이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이나 강아지들과의 산책 길에 여러 생각을 한다. 그것은 구체적인 경험과 상상과 심정을 가로지른다. 나는 그 흐름을 글로 옮겨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다. 문화예술 분야의 질문이 특정 사업이나 제도, 이슈에 대한 한정된 논의로만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을 경험하는 개인의 삶은 여러 차원으로 연결, 교차되기 때문이다. 웹진이나 자료집 원고, 사업 보고서에는 담기 애매하지만 분명하게 떠오르는 현재의 질문을 계속 펼치고 싶다. |
쓰다 보면 읽히겠지 27.
“내 아들에게 저런 프로그램이 매칭된다면"
문화예술 분야의 ‘참여자 맞춤형’ 작업이나 사업은 주로 비슷한 세대로 사람들을 묶어 특징을 분석하고 일반성을 바탕으로 예술 프로그램을 매칭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나는 그런 작업을 바라보며 ‘내 아들에게 저런 프로그램이 매칭된다면 아들의 개별성은 어떻게 발현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그래서 여러 기획 강의에서 내가 관찰한 한 인간, 아들의 여러 모습을 큰 사진으로 띄우고 이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보자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런 방식과 속도로 사람을 관찰해 그 경험 속에서 축적된 질문을 바탕으로 누군가의 활동을 기획하고 있는데 당신은 사람에 대한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냐고. 유아의 특성, 청소년의 관심사, 장애인의 몇몇 장애 유형 등으로 범주화되어 있는 관점을 조금씩 해체하기 위해. 그러면 사람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재차 확인, 인정하게 된다. 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각자에게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나 관심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본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2020년에는 지역문화재단의 유아 문화예술교육 연구 프로젝트에서 유아를 오랜 시간 관찰하는 연구를 한 적이 있다. 연구는 총 4개월 동안 이어졌고 마지막에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나를 포함한 연구원들은 각자의 어린시절 놀던 경험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지역의 키즈카페를 답사해 아이들을 관찰하고 부모님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 후 파일럿 프로그램은 <너는 어떻게 노니?>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공터에서 만 3-5세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부모가 거리를 두고 관찰하며 연구원이 나와 대화하는 방식이었다. 내가 그동안 아들과 시간을 보내며 발견한 것은, 유아에게 특별한 프로그램보다 보호자의 섬세한 관심과 관찰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놀이 콘텐츠에 집중한 유아 대상 프로그램 대신 노는 아이를 부모가 적극적으로 관찰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아이들은 돌, 끈, 분필, 펜 정도만 있는 야외에서 한 시간 넘게 자유롭게 놀았고 부모는 그 현장을 실시간 사진과 영상으로 관찰하며 자녀에 대해 스스로 무엇이 궁금한지 질문을 나눴다.
나는 그 질문 중심 대화를 진행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솔직한 심경은 어린 아이들의 행동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을 좀 틀어보고 싶었다. 어떤 사람의 행동 자체를 판단하기 전에, 그 행동을 바라보는 지배적 관점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분필을 부수는 아이, 무거운 돌을 옮기는 아이, 한 자리에서 뱅뱅 돌며 바닥에 흔적을 만드는 아이, 작은 물체들에 이야기를 불어넣는 아이, 그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며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아이, 그리고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좀 더 오랫동안 확보하며 안정감 혹은 익숙함을 찾아보려는 아이. 많은 것이 주어지지 않은 환경에서 아이들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대해 프로그램에서는 잠시 ‘놀이’라는 개념을 부여했지만 그것은 사실 ‘아이’ 혹은 ‘유아’로 불리는 ‘사람’의 표현 그 자체였다. 그 사람들의 장난스러운 표현이나 움직임, 미묘하거나 극명한 표정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어떻게 얼마나 잘 노는지를 살펴보기 전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대화에 참여했던 부모들은 자녀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걱정이나 불안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불쑥 튀어나온 그 불안이 어디로부터 오게 된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기도 했다.
내가 한 사람을 관찰하다가 시작된 질문은 천천히 뻗어나가 그렇게 여러 사람과의 대화가 되곤 했다. 그건 결국 일반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개별성에 대한 질문이었다. 어떤 날은 아들로부터, 어떤 날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슷한 질문이 켜켜이 쌓인다.
*2025-2026년에 쓴 글 중 일부와, 새롭게 쓴 글을 모아 책을 발간했다.
[책] 기획자의 노트 <쓰다 보면 읽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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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기획자의 노트 <쓰다 보면 읽히겠지>
기획자의 노트쓰다 보면 읽히겠지 문화, 예술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기획자가 있다. 그는 삶과 충돌하는 예술을 자주 경험하며 할 말이 많아졌다. 그래서 긴 고백을 하기로 마음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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